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의 유망기업 지분 투자 및 M&A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인재 영입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J ENM은 김윤홍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전무(MD)를 임원으로 영입하기로 했다. 김 전무는 이달 말부터 출근해 CJ ENM의 M&A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김 전무는 맥킨지 서울오피스를 거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2010년부터 씨티글로벌증권에서 수십여 건의 M&A를 성사시켰다. CJ그룹과는 2018년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매각 건 등을 계기로 인연을 이어 왔다.

CJ ENM은 김 전무를 중심으로 미디어 분야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중장기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다. CJ ENM은 지난해 약 1조원을 투자해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도 IB 전문가를 대거 보강했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말 안재훈 모건스탠리 전무를 영입했다. 안 전무 역시 모건스탠리에서 10여 년간 주요 M&A를 주도한 인물이다.

환경사업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도 크레디트스위스 출신의 임성주 상무를 기업공개(IPO) 총괄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임 상무는 SK에코플랜트의 내년 상장 작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UBS 출신인 임병일 삼성증권 부사장을 M&A 총괄부사장으로 최근 임명했다. 임 부사장이 지난해 6월 삼성증권에 합류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그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굵직한 M&A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외부 출신 IB 전문가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이 활발한 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들의 잇단 IB 출신 영입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신성장사업을 선점하려는 목적이다. 대기업들은 회사를 자체적으로 키우기보다 M&A를 통해 단숨에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M&A 시장에서 다양한 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글로벌 IB 출신이 대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