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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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3월 입주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신미연(가명)씨는 요즘 입이 바짝 마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주담대 금리가 3.7%였지만, 최근 알아본 대출이 모두 4%를 넘어서다. 그는 "시중은행을 찾았더니 모두 4%대 이상의 금리를 제시했다"며 "올해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니, 4%라도 만족하고 받아야 나중에 그나마 대출을 잘 받았다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대출을 알아보고 있는 고객들은 속이 타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연내 1~2회 추가로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남아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하는 만큼 금리 상승이 예측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기준금리를 현재 1.25%로 동결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린 만큼, 그에 따른 영향을 더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상황에 비하면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0%가 되더라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가 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측면에서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 11월 3.8%, 12월 3.7%에 이어 올해 1월(3.6%)로 넉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된다면 연간 기준으로 2011년(4.0%)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진다면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러시아 경제 제재가 높아지면 한국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동결이라더니…"주담대 금리, 따질수록 속 타네"
시장에서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보다 더 악화되고 국내 GDP 성장률이 의미있게 훼손되는 경로가 아니라면 2분기 기준금리는 1.50%로 인상될 것"이라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3.0%, 2.5% 성장 경로를 유지하면 잠재 성장을 웃도는 성장과 높은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는 연말 2.0%까지 인상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예정인데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등도 시장금리 상승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기준금리가 1.75~2.0%까지 오르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 금리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6개월 기준 3.42~5.18%로 집계됐다. 한은이 첫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 말(2.62~4.19%)과 비교하면 하단과 상단이 각 0.80%포인트, 0.99%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혼합형(고정) 금리는 3.90~5.75%를 기록하며 연 6%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고정 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이 한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의 긴축기조 강화 등으로 빠르게 오른 영향이다. 은행채 5년물은 연초 2.339%에서 지난 23일 기준 2.762%로 대폭 상승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