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 유동성이 400조원 넘게 늘면서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연간 유동성 증가율 기준으로 기축통화국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비(非)기축통화국도 넘어섰다. 불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인 동시에 자산시장 과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1년 12월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통화량(M2)은 3613조6877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말보다 1년 새 413조8520억원(증가율 12.9%) 늘어났다. 증가폭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이고, 증가율은 2002년(14.0%) 후 가장 높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가 보유한 통화량이 1754조2471억원, 기업 보유 통화량이 1090조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각각 139조638억원, 146조2804억원 늘어난 액수다.

유동성 증가율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로존(7.0%) 브라질(10.9%) 스웨덴(9.5%) 멕시코(7.6%) 뉴질랜드(7.1%) 러시아(6.7%)를 모두 압도했다.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완화로 작년 1~11월 매달 1200억달러씩 시장에 돈을 푼 미국(12.9%)과 같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유동성이 폭증한 것은 한은이 작년 8월 25일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의 재정지출이 6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늘어난 유동성으로 집값 등 자산가격이 치솟자 한국은행은 풀린 돈 회수에 나섰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등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 시대 ‘유동성 파티’가 마감되고 각 경제 주체는 파티를 즐긴 청구서를 받게 됐다. 대출자는 늘어난 금융비용, 투자자는 낮아지는 수익률, 정부는 높아진 부채비율 등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