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한경DB
쿠팡이츠. /한경DB
배달 앱 3위 사업자인 쿠팡이츠가 ‘라이더 기본소득’ 콘셉트의 새 배달 시스템 도입을 검토한다. 단건 배달만으로도 월평균 500만원 안팎의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배달기사 배치와 동선을 최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쿠팡이츠는 이를 통해 ‘단건 배달’이 촉발한 배달비 급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 역시 배달비 ‘다운’을 위해 정보기술(IT) 기반 종합유통물류 스타트업인 메쉬코리아와의 제휴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비 급등에 커지는 불만

배달비는 최근 물가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될 정도로 급격히 오르고 있다. ‘배달비 1만원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6일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배달비는 식당이 배달대행사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와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내는 배달팁을 합한 금액”이라며 “1만원은 폭설에 수요가 폭증할 때의 예외적 사례이긴 하지만 전국 평균 배달료가 4000원을 웃돌고 있고, 라이더 공급 부족으로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달비 낮추자"…쿠팡의 '라이더 분산 실험'
소비자와 음식점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는 작년 말 배달 앱별 배달비 현황과 가격 차를 볼 수 있도록 배달 앱 공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실효성과 별개로 정부와 소비자들이 배달 앱을 배달비 상승의 원인 제공자로 보는 부분은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낮추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골몰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배달업계에선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이 배달비 인상 경쟁을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보통 한 시간에 라이더가 배달할 수 있는 주문 건수가 대략 7건”이라며 “단건 배달이 대세가 되다 보니 정해진 시간에 잡을 수 있는 건수가 줄면서 라이더로선 건당 배달비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기반 배달 최적화로 배달비 억제

IT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준비 중인 신개념 배달 시스템의 핵심은 라이더들의 월평균 혹은 연평균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쌓인 주문 데이터와 라이더의 이동 경로 등을 종합해 라이더들을 지역별로 미리 분산해 배치하는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라이더 ‘쏠림 현상’은 배달비를 급등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라이더들은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에 대기하는 경향이 강하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최근 배달 수요가 전년 대비 50% 정도 늘었는데 라이더 증가는 기껏해야 20% 미만”이라며 “특정 지역에 라이더가 몰려 있다 보니 다른 지역에선 라이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지적했다.

쿠팡이츠의 셈법은 단건 배달에 이어 라이더 배치 최적화로 또 한 번 시장의 판도를 흔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을 시작하면서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라이더를 모집하고 있다. 생각대로, 바로고 등 배달대행업체들을 중간에 끼고 주문을 처리하는 배달의민족과 정반대다. 오토바이, 자전거, 도보, 자동차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활용해 쿠팡이츠의 주문을 잡은 다양한 배달 기사의 위치와 동선 등에 관한 데이터를 사업 시작 이후 3년여간 축적했다는 얘기다.

선두업체인 배달의민족은 메쉬코리아와의 제휴를 배달비 인하를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가 배민의 단건 배달을 대행해주는 방안을 양측이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는 묶음과 단건 배달을 결합한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쉬코리아의 퀵커머스 브랜드인 ‘부릉’을 통해 주문을 잡는 배달 라이더들이 묶음 배달을 하다가 배민을 통해 단건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