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ETS의 윤진국 대표. ETS 제공
충남 아산 ETS의 윤진국 대표. ETS 제공
LG에너지솔루션에 들어가는 2차 전지 조립공정 장비의 최대 납품업체인 이티에스(ETS)가 올해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대량 수주를 앞두게 되면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차 전지 제조의 핵심인 ‘전해질 주입 공정’에선 수년째 LG에너지솔루션에 장비를 단독 납품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2024년엔 코스닥 상장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자동화 장비업체인 ETS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72% 증가한 465억원을 기록했다. 친환경 전기차 보급 증가로 2차 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산에 필요한 장비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 회사 매출의 70%는 LG에너지솔루션에에서 나온다. 나머지 30%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스마트폰 검사 장비 등에서 낸다. 이 회사 물량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수출 물량으로 이어진다. 이 회사 조립공정 장비로 생산된 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는 폭스바겐, GM, 현대차·기아, 르노상성 등 전기차에 납품된다. 이 회사는 올해엔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전지 조립공정은 △양극(+)과 음극(-) 용접 △파우치 성형 △파우치에 배터리 넣기 △전해액 주입 △파우치 밀봉 등 6단계를 거친다. ETS는 6단계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가장 고난이도 기술이 들어가는 ‘전해액 주입’장비는 가장 빠르게 정량을 주입하는 기술로 세계 최고라는 평가다. 관련 국내외 특허만 50여개다. LG에너지솔루션에 이 장비를 단독 납품해온 것도 우수한 기술력 덕분이다.

전해액 주입이 정량을 벗어나면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고 화재 위험도 커진다. 윤 대표는 "일부 중국 장비업체의 경우 배터리마다 주입된 전해액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해 나중에 배터리 폭발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ETS의 기술은 배터리 안전성도 높인데다 생산성도 높였다. 그는 “ETS 장비로는 분당 최고 30개의 중대형 자동차용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있는 데. 일본 업체는 아직 12개 수준”이라며 “일본이 우리 기술을 따라오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 덕분에 ETS는 2019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예비유니콘기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
ETS 2차전지 조립공정 장비
ETS 2차전지 조립공정 장비
윤진국 ETS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삼성SDI에서 2차전지 설계를 담당하던 중 당시 국내 장비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업체들에 자극을 받아 2012년 회사를 설립했다. "우리도 저런 기술 중심의 '장비 강소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창업하게 된 것이다. 임직원 140명인 이 회사 평균 연령은 34세에 불과하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청년 신입사원들이 몰린 덕분이다. 실제 국내 최대 2차전지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량을 2025년까지 2.7배로 늘릴 전망이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2025년까지 각각 생산량이 2.8~5.6배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차세대 2차전지로 불리는 ‘전고체 전지’생산 장비 개발도 추진하는 등 미래먹거리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