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사
한창희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사
“마케팅과 미디어 집행에도 ‘제3자 검증’이 필요합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한창희 이사는 “해외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마케팅, 미디어 집행의 제3자 검증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고 업계 경력 18년의 한 이사는 디지털 미디어 업계와 제일기획에서 디지털 미디어 담당으로 삼성전자, 동서식품 등 주요 클라이언트 업무를 진행해 왔었다. 작년에 딜로이트에 합류해 M&MA(Marketing & Media Assurance)팀을 이끌고 있다.

Q: 제3자 검증 서비스는

A: 일반적인 광고 캠페인 집행은 광고주가 광고 캠페인을 계획하고, 대행사 피티를 거쳐 선정한 후, 대행사가 광고물을 제작하고 미디어에 집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검증을 받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예를 들어, 광고주가 흔히 RFP(Request for Proposal)라고 하는 제안 요청서를 작성해서 대행사에게 입찰 참여를 요청하는데, 이 단계부터 잘못되어 있으면 후속 작업이 원활히 될 수가 없다.

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디어 집행에 있어서는 더 구체적인 계획과 검증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 제3자 검증에 대한 서비스가 활발한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주 일반화 되어 있다. 흔히, 미디어 오딧(Media Audit)이란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미디어 집행 전반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Q: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 마케팅 검진 (Marketing Health Check)를 통해서 현 상황을 진단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수립을 셋팅하는 업무까지 포괄해서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정기적으로 해당 업무가 명확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중요한 지점은 ‘불투명하고 모호한 관행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제3자 검증의 핵심이 투명성과 객관성인데, 그 부분이 국내에서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미디어 집행을 통해 얻는 보너스가 있다고 하면 해당 보너스를 어떻게 집행하는지, 타겟팅 가이드를 수립했으면 그대로 캠페인에 적용된 것인지, 계약서에 맞게 실제 세금계산서대로 비용 지출이 제대로 된 것인지 등을 점검한다고 보면 되겠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성장함으로써 가중되는 마케팅 환경의 복잡성 증가로 인해 이런 과정이 더욱 어려워졌음에도 불구 관행적 집행 패턴이 계속되고 있는 게 문제점이다.

실제로 최근에 수행한 프로젝트를 보면, 계획된 타겟 운영과 실제 유튜브에서 집행되는 타겟팅이 상이해서 원치 않은 타겟에게 다수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고, 미디어 효율을 전년 대비 무조건 10% 개선시키겠다는 식의 불명확한 KPI 설정으로 인해서 미디어의 프리미엄 지면이 아닌 곳에 다수가 노출되는 경우를 확인했었다. 아주 단순한 예시인데,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관찰되고 있다.

Q: 왜 필요한가

A: 첫째는 마케팅 활동의 효율성 개선이다. 수백억씩 미디어 집행을 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고 가정 해보면, 소위 ‘헛돈을 쓰지 않게’ 만들면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 않겠나.

500억원 쓰는 광고주가 10%만 효율 개선을 하거나, 효과를 더 볼 수 있다면 50억원이다. 실제 사례에서 언급한대로 우리 타깃에게 절반만 노출이 되고, 나머지는 ‘우리가 원치 않는 타깃에게 노출’ 되었다고 한다면, 그 손해는 얼마나 되겠나.

둘째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가이드라인과 프로세스 확립이다. 요즘 광고 업계의 화두는 ‘퍼포먼스 광고’인데, 매출이 나거나 앱 설치를 하는 등 특정한 ‘퍼포먼스’가 일어날 때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그런데, 이 ‘퍼포먼스의 기준’이 모호한 경우도 허다하다. 상호간에 명확치 않은 기준으로 업무를 진행하니 주먹구구식으로 될 수 밖에 없고, 더 좋은 효과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업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이다. 증권업계에서 흔히 저평가된 한국 주식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국내 마케팅, 미디어 환경의 불투명성과 모호함으로 인해서 업계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는 생각인데, 최근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APAC 총괄 임원은 “한국 시장은 너무 모호하고, 원하는 정보도 잘 공유해주지 않아서 마케팅 비용 늘리기 힘들다”는 언급을 했었는데, 굉장히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관행적 집행 패턴으로는 질적 성장을 이뤄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좀 쉽게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스포츠 경기의 경기운영위원회나 심판 같은 역할이 업계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리그가 생기고 시장도 커졌는데, 경기운영위원회가 룰도 대충 만들고 심판도 없이 축구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심지어 이제는 더욱 정교한 적용을 위해 비디오판독까지 하는 상황이지 않은가. 선수들의 ‘스포츠맨쉽’만 믿고 경기하는 프로리그는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심지어 요즘은 조기축구 같은 아마추어 리그에서도 심판을 따로 섭외하기도 한다)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A: 그렇다. 세계 광고주 협회, WFA(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에서 글로벌 초대형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사의 90%가 제3자 검증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으며, 71%는 미디어 가치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형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방법이라고 응답하였다.

‘일반화된 서비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광고 시장 규모는 이제 연간 14조원이 훌쩍 넘는다. 세계 7위 정도 규모인데, 제3자 검증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다. 심지어, 서비스 존재 자체도 잘 모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 클라이언트들이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해서 서비스를 받고 싶은데, 가능한 영역도 제한적이고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시장도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는데, 질적 성장은 아직 요원하다고 보면 되겠다.

Q: 검증은 광고주만 받나

A: 아니다. 위에 언급된 내용들은 광고주 중심으로 설명되었지만, 실제 서비스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질문을 하나 하겠다. 노출(Impression)은 무엇인가. 디지털 미디어 업계에서는 아주 심플하게 ‘1회 노출’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기준을 물어보면 잘 모른다.

미국은 MRC (Media Rating Council)이라는 단체를 통해서 모든 미디어의 세부 기준을 수립하고, 미디어들은 검증과 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MRC의 기준에 따르면 앞서 질문한 ‘노출’은 과거에는 서버 카운팅(광고 서버에서 카운팅한 숫자)에서 소비자에게 광고가 노출 완료된 숫자(스크린에 실제 광고물이 완전히 보여지는 것) 개념으로 변화되었고, 더 나아가 디바이스나 쿠키 등 중복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사람’으로 판단되는 지점에 노출되는 것으로 더 규정이 명확해지고 있다.

부연하자면, 요즘은 뷰어빌리티(Viewability)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는데, 정해진 규격 이상의 사이즈와 시간에 보여져야 소비자가 ‘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즉, ‘노출의 기준’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엄청 복잡하고 세분화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디어들이 이런 검증을 다 거친다.

검증을 못 거치면 인증을 못 받고 재검증을 거치게 된다. ‘노출은 무엇인가’가 출발점인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과금(비용)이 발생하고, 타겟팅도 운영하고, 효율성도 평가하는데, 이 출발점부터 미디어가 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미디어와 구글 같은 글로벌 미디어의 ‘노출’, ‘클릭’의 개념과 기준이 다르다면, 효율과 효과 분석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내는 이런 역할을 하는 단체가 없지만, 우리팀에서는 MRC에 준하는 미디어 검증 서비스를 포괄해서 진행 중이다. 미디어 영역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서 평가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 Interviewer 한 마디

“항상 새로운 시도는 저항을 받게 되지만, 맞는 길이라면 열리게 됩니다”

한창희 이사는 M&MA 서비스에 대해 ‘저항’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 이사는 “마케팅과 광고 집행에 대한 문제점을 대행사만, 미디어 탓만 할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깊이 있게 재점검 해보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런 내용들은 해외에서 대부분 ‘광고주들의 니즈로 인해서 촉발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했다.

“누가 시킨 게 아니죠. 클라이언트들이 더 잘하기 위해서, 업계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나온 게 제3자 검증, MRC 같은 단체거든요. 이제라도 우리 광고 시장 규모에 걸맞게, 선진화된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을 해봐야할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이 서비스를 먼저 이용해 본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는 것이다. 그런 정도의 노력을 해 볼 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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