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전기 콘셉트카.
닛산의 전기 콘셉트카.
닛산자동차가 일본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가솔린 엔진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내연기관 엔진 개발을 중단한 데 이은 선언이다. 전기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느린 일본 완성차마저 엔진 개발 중단을 외치면서 ‘엔진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에서도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 유럽에선 강화된 환경 규제인 ‘유로 7’이 2025년 도입되면, 새로운 촉매장치나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전기차 개발비보다 비싸져서다. 닛산은 유럽에서 2026년까지 판매량의 70%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로 채울 계획이다. 따라서 엔진을 개발하지 않아도 판매에 큰 영향이 없다는 계산이다.

중국과 일본도 시차를 두고 유럽 규제를 따라가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닛산 측 분석이다. 닛산은 유럽, 중국, 일본에서 기존 가솔린 차량엔 최근까지 개발한 엔진을 개량해 적용한다. 다만 하이브리드카용 엔진 개발은 한다. 미국에서는 픽업 트럭이 인기인 만큼 엔진 개발을 계속한다. 닛산은 내연기관 엔진 개발 인력도 전기차 모터, 하이브리드카용 엔진 등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 5000억엔(약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엔진 개발비를 전기차 개발에 쓰기로 했다.

내연기관 엔진 개발 중단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흐름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개발(R&D) 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폐지했다. 내연기관용 파워트레인담당 조직은 전동화개발 담당으로 개편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연관돼있어 대대적으로 공표는 못하지만, 사실상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신모델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폭스바겐은 2026~2028년 내 엔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885년 내연기관차를 처음 발명한 카를 벤츠의 회사 메르세데스벤츠도 내연기관 엔진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다. 도요타도 엔진 부품 설계 및 개발 부문을 그룹사로 이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인력 개편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전기차 모터는 내연기관 엔진을 생산하는 인력의 10%만 있으면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기차 개발에 필수인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 관련 인력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미래차 기술자 1만명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8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사무직 8000명, 공장 직원 수천명을 해고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정반대다. 업계 관계자는 “GM 등 완성차 업체들이 인재를 모으기 위해 보너스 및 자사주를 제공하는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과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섰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