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다주택자 A씨(50)는 얼마 전 30평대 아파트를 팔아 세금을 빼고 5억원가량을 손에 쥐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다주택자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어서다. 그는 “최근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부동산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많아 결국 ‘팔자’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씨가 확보한 5억원은 이제 어떻게 굴리는 게 좋을까. 최근 자산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은퇴자라면 즉시연금에 가입해 현금흐름을 만들어야겠지만, 아직 경제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A씨에겐 좀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A씨가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계하면 좋을지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자문했다.
은행 PB가 고른 5억 금융자산 '황금 포트폴리오'

○최소 20%는 현금성 자산으로

4대 은행 PB센터가 추천하는 금융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현금 20%에 은행주 펀드(혹은 ETF) 20%, 에너지 20%, 주가연계증권(ELS) 20%,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20%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신한은행은 단기채권과 정기예금 등 현금성 자산 40%, 미국 우량주 및 금융주 40%,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부동산 부문 20%를 추천했다.

하나은행은 현금성 자산 20%에 종합저축계좌(ISA)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변액보험 등 절세 상품에 30%를 넣고 미국·한국·중국의 주식형 펀드 또는 ETF에 각각 20·20·10%씩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우리은행은 변동성 장세를 활용한 ELS에 30%, 친환경과 ESG,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메가 트렌드에 맞춘 선진국 ETF 또는 펀드에 50%를 배분하고, 20%는 현금으로 남겨두는 전략을 내놨다.

눈에 띄는 건 4대 은행 PB센터 모두 현금성 자산 비중을 적게는 20%, 많게는 40%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추천했다는 점이다. 현금성 자산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펀드, 머니마켓펀드(MMF), MMT(머니마켓신탁·단기특정금전신탁), 시장금리부예금(MMDA) 등이 포함된다. 시장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고 저렴하게 알짜 매물을 사들일 기회를 노리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수익성, 유동성, 안정성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며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현금 보유를 통한 저점 분할매수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서원용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Gold PB팀장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라 금리 인상기 초기엔 대부분의 자산가격이 떨어진다”며 “그런데 시장의 과도한 급락은 오히려 좋은 매수 타이밍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의 경우 급매물을 노리거나 경매 시장에서 저가낙찰을 추구하는 전략이 좋다”며 “달러자산 확대, 초우량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시장·금융주에 주목

증시에서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흥두 국민은행 도곡스타 PB센터 부센터장은 “변동성 장세에선 신흥시장보다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며 “금리 상승기엔 은행 업종과 에너지 관련 업종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또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통해 개별 종목 리스크를 완화하고 분할 매수로 평단가를 낮춰가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대형 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또는 ETF 역시 메타버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들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하는 분야다. 최영남 신한PWM분당센터 팀장은 “선진국 소비, 미디어, 반도체 등 종목, 불확실성을 압도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나 가격 결정력을 갖춘 기업군은 공급망만 개선되면 언제든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트렌드인 ESG나 투자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신산업인 메타버스, 사이버보안, 자율주행 등도 여전히 시장을 이끌 만한 분야”라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