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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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 이후 연내 기준금리를 5회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파월이 '발톱'을 드러내면서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가정한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상당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꾸준히 벗어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부연했다.

올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겸손하고 민첩할 필요가 있다. 향후 데이터와 전망 변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파월이 3·5·6·7·9·11·12월 등 3월 이후 여섯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Fed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5회 인상 확률이 전날 31%에서 이날 53%로 급등했다. 6월 회의 때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릴 확률이 60%를 넘어섰다.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오후 한때 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2%까지 올랐다가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다우존스30은 0.38%, S&P500 지수는 0.15%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장중 3.4%까지 급등했으나 역시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후 반락해 상승률이 0.02%로 내려 앉았다.

미 국채 금리도 한동안 큰 변동이 없다가 파월 의장 발언 후 일제히 급등했다. Fed의 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1.089%로 0.064%포인트(6.4bp, 1bp=0.01%) 올라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1.845%로 0.063%(6.3bp) 상승해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의 고점에 근접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피하진 못했다. 이날 오후 3시1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8.27포인트(3.26%) 내린 2621.51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1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13일 이후 20일 단 하루를 빼놓고 모두 내림세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상승(원화 가치 약세)하고 있다. 같은 시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오른 1202.3원을 기록하면서 1200원대를 넘어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