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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이례적으로 고객사 밝혀
"인텔 제조능력 증명 노림수" 분석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장비 신제품을 인텔에 공급한다고 발표해 화제다. 장비업체가 고객사를 밝힌 보기 드문 사례여서다. 업계에선 인텔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ASML 장비를 사들였다는 점을 내세웠다는 얘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최근 인텔이 자사의 최첨단 EUV 장비인 ‘트윈스캔 EXE: 5200’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대만 TSMC가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 공정에 쓰는 장비보다 기술적으로 한 단계 앞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2024년부터 2㎚ 이하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를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ASML의 ‘트윈스캔 EXE: 5200’은 여기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반도체 시장에서 ‘슈퍼 을’로 통한다. 세계에서 EUV 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대부분의 장비를 업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ASML과 인텔의 발표는 그간 제기돼온 인텔의 반도체 제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은 지난해 초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24년까지 1.8㎚급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총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 사이에선 인텔이 안정적인 수율(생산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을 유지하며 반도체를 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텔은 이미 4년 전에 10㎚ 이하 초미세 공정 전환에 실패하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철수한 전력이 있다.

일각에선 경쟁업체들이 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로 주요 글로벌 고객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해 반도체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해서 내놓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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