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한국조선해양 제공

국제 유가가 7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이를 운반하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영 수익이 '제로마진'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째 이어지는 저수익에도 탱커 선사들은 올해 석유제품 물동량 확대를 노리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VLCC가 주력 선종인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이 탱커 발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21일 클락슨과 신영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선사들이 스팟 영업으로 VLCC를 운영해 얻는 일당 평균수익이 451달러를 기록했다. 7일 일당 3018달러에서 일주일만에 85%가 급락했다.

이는 일당 평균수익이 2019년 말 11만3300달러, 2020년 말 1만6000달러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폭락'한 수준이다. VLCC의 평균 수익은 작년 들어 1000~3000달러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처럼 VLCC의 운임이 낮은 이유는 원유나 석유제품의 물동량에 비해 VLCC등 탱커선의 공급량이 많아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오일류 해상물동량은 2019년을 정점으로 늘지 않고 있다"며 "반면 2019년 이후 VLCC급 탱커 인도가 계속되면서 수익성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운임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폐선 등을 통해 탱커 공급량을 줄이고 다음 사이클을 대비한 신조 발주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탱커선사들은 낮은 운임에도 선대를 유지하며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VLCC 폐선 단가는 최근 고철 가격 상승으로 LDT(경화배수톤)당 600달러 선으로 2020년 대비 2배 가량 높아졌다. 그럼에도 폐선량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8460척에 달하는 전 세계 탱커선 가운데 약 35%가 선령 15년 이상의 노후선대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운임은 낮아지고 폐선가는 오른 것에 비해 폐선은 아직 늘지 않고 있다"며 "올해부터 원유 수요가 확대되면서 탱커 운임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며 VLCC등 탱커 수요도 줄어든다. 하지만 최근엔 유가 상승과 함께 각국의 에너지 자립 문제가 불거지며 에너지원인 원유 수요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해운분석업체 MSI는 올해 석유와 석유제품 물동량을 지난해보다 8% 증가한 34억2100만t으로 예상했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탱커선 시황이 개선되면서 그간 주춤했던 VLCC 신조선 발주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35%에 달하는 노후 탱커선들은 2023년부터 본격화되는 선박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힘든 선박들이다. 엄 연구위원은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선박들이 해체로 이어진다면 조선업계에는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한 대량 발주가 이뤄졌다면 올해부턴 탱커선대 교체 수요가 본격화될 것이라 보고 있다"며 "선사들의 치킨 게임이 끝나고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