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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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레깅스 브랜드인 젝시믹스와 안다르가 1조원 규모의 레깅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두 브랜드의 운영사는 공교롭게도 모두 마케팅 전문기업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디지털마케팅을 앞세워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광고마케터 출신인 강민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대표는 2017년 젝시믹스 레깅스를 출시했다.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는 지난해 5월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안다르를 인수하고 레깅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케팅 기업의 결전장 된 레깅스 시장

1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전년(1397억원) 대비 33% 증가한 18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641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년 만에 세 배가량으로 증가한 셈이다. 2년 연속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던 안다르는 에코마케팅에 인수된 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마케팅업체가 주도하는 '레깅스 전쟁'
업계에서는 마케터 출신 대표가 주도하는 두 브랜드의 대결을 주목하고 있다. 젝시믹스는 레깅스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2017년께 뱃살을 가리는 레깅스를 온라인에 출시하면서 본격 성장했다. 백화점 등 유통단계 없이 자체 온라인몰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2C 사업 모델을 사용했다.

온라인몰에는 구매자의 동영상·사진 리뷰가 가장 먼저 노출될 정도로 이용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 시장 트렌드를 신속하게 읽고, 이를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매출의 22%(3분기 누적)를 광고마케팅에 쏟아부으며 1위로 올라섰다. 에코마케팅도 D2C 기반의 사업 모델을 갖추고 있다. 박민영 마사지기로 유명한 ‘클럭’과 붙이는 젤 네일 ‘오호라’ 등 생활 밀착형 상품을 네이버에 광고하면서 매출을 늘려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0~30% 수준인 백화점 수수료를 내느니 온라인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중간 유통업체를 건너뛰는 D2C 모델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 활용 적극 마케팅

이들 기업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게 특징이다. 이수연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공동대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만4000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다. 신애련 전 안다르 대표도 상당한 팔로어를 확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 이용자 수 증가와 온라인을 겨냥한 광고 기술 발달로 D2C 사업 모델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업계에서는 에코마케팅의 안다르 인수를 계기로 레깅스 시장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9년까지 국내 레깅스 시장 1위였던 안다르가 젝시믹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과 같은 순위 바뀜이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참전하고 있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레깅스 시장의 잠재성을 보고 삼성물산, LF는 물론 BYC 등 속옷업체까지 뛰어들고 있어 출혈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