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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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신입 직원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 연장'을 하게 되므로, 기업이 신입 직원을 채용할 동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차츰 줄이는 제도다. 고령자는 안정적 고용 보장을 확보고 기업은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지금껏 퇴직을 앞둔 고연차 직원들의 연봉을 줄여 신규 직원 채용을 도모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다는 기대를 받아온 제도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다.

김승태 육군사관학교 경제법학과 조교수와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한국경제통상학회에서 제출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효과 분석' 논문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년마다 수집하는 사업체패널조사 데이터 자료를 이용해 1886개의 기업 표본을 조사했다. 이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8%의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숫자는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이 미도입 기업 대비 전체 근로자수가 약 11.7%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보는 결과는 아니었다. 연구진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해당 연도에만 전체 근로자 수가 다소 증가했지만, 2년~4년뒤에는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정년이 늘어난 덕에 일시적으로 근로자 수가 증가하지만, 임금피크제로 늘어난 정년만큼의 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정년 연장 근로자들이 퇴직하면서 다시 원래대로 복귀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장기간에 걸쳐 보면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고용 증대 효과는 없었다"며 "노동계나 노조 측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총 고용량이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펼치는 주장이 현실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한편 연구진은 정년제 도입이 신입 등 신규 채용에 마이너스 요소라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연구진은 "정년제 도입이 신규 채용 '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비율이 5.4%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선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함께 도입된 것이고, 이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퇴직자가 줄어들면서 결국 신규채용 인원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정년연장'을 하게 되는만큼 신규 채용에 대한 수요가 줄어 전체적인 고용 증대 효과는 볼 수 없었다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청년 고용의 핵심은 결국 임금피크제 같은 부수적 제도가 아니라 고령 근로자의 퇴직 여부에 달린 셈이다.

한편 경총이 지난달 17일 1021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세를 초과한 정년 연장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기업이 50.5%에 달했다. 또 정년 연장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확대'라고 응답한 답변이 34.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넘긴 직원들을 기업에 잡아 두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신입 채용에는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는 셈이다.

최근 청년 고용 상황이 심각해 지면서 여당 대통령 후보까지 나서 10대 주요 그룹사를 모아놓고 "청년 고용을 늘려 달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반면 완성차나 금융권 노조 등 노동계는 잇따라 '정년연장'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일부 정책 연구자들은 정년연장을 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고용과 장년 근로자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상적인 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임금피크제와 상관 없이 청년 채용에 좋지 않다는 점이 입증된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