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 연합뉴스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구지역 발전소 모습 / 연합뉴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탄소배출권 시장도 달아오른다.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팔을 걷어붙이자 2020년 글로벌 탄소배출권 시장규모는 2377억1800만 유로(약 316조원)로 2년 새 65% 증가했다. 2021년에도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기업이나 금융사뿐 아니라 개인들도 탄소배출권 투자에 뛰어들 정도다.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은 2021년 100% 넘게 치솟아 투자 열기에 불을 지폈다. 국내에 상장한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만 4종에 달한다.

정책과 경기 흐름에 따라 가격변동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은 2021년 초부터 12월 28일까지 140%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7.42% 오른 걸 감안하면 무서운 상승세다.

탄소배출권은 기업 등이 일정량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할당량 이상 탄소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사서 메워야 한다. 배출하는 만큼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쓰레기 종량제와 비슷하다. 유럽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친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껑충 뛰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산업 활동 증가로 탄소배출권 수요는 확대되고 공급은 늘지 않을 거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탄소중립 시대 필수 자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중간중간 부침도 겪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탄소배출권은 2021년 12월 9일 하루 만에 10% 폭락했다. 그 결과 국내에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 4종 가격도 7~9%씩 떨어졌다. 독일전력 선물가격이 떨어진 여파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출현하면서 기업의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가격은 다시 4% 가까이 올랐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규제, 경기뿐 아니라 기업의 탄소저감 기술 수준, 거래시장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2021년 10월 EU 집행위원회가 탄소배출권 가격이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며 실태 조사에 나서자 가격이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무턱대고 ‘묵혀두면 오른다’는 식으로 투자하기에는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규제 당국이 공급자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참여자, 가격 결정 구조가 천차만별이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아닌, 일부 주에서 제한된 업종에 대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도록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퀘벡주가 참여하는 WIC(Western Climate Initiative)의 경우 가격변동 상한·하한선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천연가스 가격과 연동되는 흐름이 강하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석탄 수요가 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가 확대,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거꾸로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탄소배출권 가격도 급락한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하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한파 예보,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자 탄소배출권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유럽 탄소배출권 질주하는데

탄소배출권거래제도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향후 기업들이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면 탄소배출권 수요가 줄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른바 ‘탄소배출권의 역설’이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탄소감축 기술은 배출권의 장기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기술이 발전하면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고 답보 상태에 머물면 상승 압력을 받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친환경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데, 탄소저감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은행으로 유명한 애스피레이션 스티븐 글릭먼 글로벌 대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 가격이 10배 정도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과 우호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탄소배출권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어느 지역 탄소배출권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유럽 시장의 지속적 우위, 우상향을 예상하는 쪽이 있지만 다른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금은 유럽이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탄소배출권 선진 시장이지만 앞으로 미국,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갈 수 있다는 논리다. 함형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 탄소국경조정세 등 영향으로 다른 국가의 배출권 가격도 유럽과 비슷해질 것”이라며 “유럽 탄소배출권이 비싼 구간에선 여러 나라의 배출권에 분산 투자하는 ETF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 투자자가 탄소배출권 시장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ETF다.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직접 사고팔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는 4가지다.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다. 합성형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매매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크레인셰어즈 글로벌 카본 ETF(KRBN)’, ‘크레인셰어즈 유러피언 카본 얼라우언스 ETF(KEUA)’, ‘크레인셰어즈 캘리포니아 카본 얼라우언스 ETF(KCCA)’ 등이 상장했다.
탄소배출권 투자의 오해와 진실
구은서 한국경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