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신소재 공장에서 직원들이 MLCC 이형필름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코스모신소재 제공
코스모신소재 공장에서 직원들이 MLCC 이형필름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코스모신소재 제공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적층’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여러 층을 쌓아 올려 만드는 부품이다. 층과 층 사이에 전기적 유도 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체를 붙인 이형필름을 넣은 후 전극을 인쇄하고 증착하기 전 필름을 떼어내는 공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MLCC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이형필름을 양산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충북 충주에 있는 코스모신소재가 유일하다. 홍동환 코스모신소재 대표(사진)는 “주문대로 제조만 하던 데서 공동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며 “기술로 세계 시장을 휘어잡겠다”고 밝혔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코스모신소재 "이형필름·양극재 초일류될 것"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코스모신소재는 충주 공장에서 이형필름을 생산해 국내 1위, 세계 2위 MLCC 기업인 삼성전기에 공급한다. 삼성전기가 필요로 하는 이형필름 중 70%를 코스모신소재가 책임진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기업 도레이가 독점하다시피하던 물량이다. 홍 대표는 “10년 전께 국산화해 5년이 지나서야 삼성 물량의 30%를 소화할 수 있었다”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지금은 점유율이 70%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삼성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정상에도 올랐다. 올해 3분기 기준 코스모신소재의 이형필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3%로 1위다. 일본 린텍이 2위, 도레이가 3위다. 정보기술(IT)과 에너지저장장치(ESS), 5세대(5G) 이동통신용으로 MLCC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는 “작년 대비 생산능력(캐파)을 30% 늘린 증설이 지난 10월 끝나 11월 양산에 들어갔다”며 “양이 얼마나 되든, 먼지 하나 없고 균일하게 무결점 코팅하는 게 코스모신소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이형필름의 가로 길이는 280㎝지만 세로는 1만m에 달할 정도로 길다.

MLCC 끌고 전기차 밀고

코스모신소재는 올해 3분기(누적) 매출 2422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43% 늘어났다. 올해 연간으로는 매출 330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MLCC 시장 호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년에 추가 증설에 나설 정도다. 내년 말까지 올해 대비 생산능력을 20% 확대한다는 목표다. 홍 대표는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지만 삼성에만 공급하기도 바쁘다”고 했다.

내년에는 전기차용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2차전지 3대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도 만든다. 전기차용 2차전지 국내 양대산맥인 두 대기업과 모두 거래한다. 기존엔 스마트폰 양극재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산업이 핵심 전방시장이다. 충주 공장에서 현재 연 2만t인 생산능력을 내년에 3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MLCC가 끌고 전기차가 밀면서 2022년 매출은 4000억원을 훌쩍 넘어 5000억원 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키움증권 등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옛 LG금속 출신으로 7년 전 코스모신소재 대표로 발탁됐다. 이형필름과 양극재를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내년 초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라설 예정이다. 홍 대표는 “중견기업은 기술밖에 믿을 게 없다”며 “이형필름과 양극재 기술력을 초일류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