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물가 상승률이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한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치솟는 물가 등에 대응해 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높일 계획을 시사했다.

한은은 9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2010∼2021년 글로벌 물가상승률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이 상관계수를 0.78로 산출했다. -1~1 사이인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치솟는 글로벌 물가가 한국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물가 오름세는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국 34곳의 소비자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각국 국내총생산을 가중평균한 결과)은 지난 10월 4.39%를 기록해 2008년 10월(4.43%) 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수요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임금·집값 급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가는 물론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한은은 금융당국이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가계의 차입금 조달 유인이 여전히 높다고 봤다. 그만큼 대출 증가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상승률, 집값 오름세가 다소 완화됐지만 이런 추세의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가계부채 급증을 비롯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계속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과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계획도 내비쳤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중립금리(물가안정·완전고용 상태의 장기 균형금리)를 비롯한 여러 지표와 여건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앞으로 한두 번 더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 따라 현재 연 1.0%인 기준금리가 내년 말 연 1.5% 이상으로 뛸 것이라는 시장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