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텔란티스 소프트웨어 데이에서 카를로스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스텔란티스 소프트웨어 데이 캡처
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텔란티스 소프트웨어 데이에서 카를로스 CEO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스텔란티스 소프트웨어 데이 캡처
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전통 자동차 제조사를 탈피해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동화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는 업계 추세에 스텔란티스도 동참했다는 분석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사진)는 7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 '소프트웨어 데이'에서 "무선 업데이트(Over-The-Air·OTA)에 기반한 스텔란티스의 소프트웨어·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이자 성장 동력"이라며 "스텔란티스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미국이 합작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올해 1월 출범했다. 크라이슬러,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등 14개 브랜드를 산하에 둔 세계 4위 업체다.

카를로스 CEO는 이날 '브레인', '스마트콕핏', '오토드라이브' 등 인공지능(AI) 기반 신규 플랫폼 3가지를 공개했다. 이들 플랫폼은 오는 2024년 출시되며 출시 후 2년 동안 4개의 스텔란티스 차량 플랫폼에 탑재된다.

대표적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브레인'이다. '브레인'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결합을 깬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다. 별도의 하드웨어 출시 없이도 소프트웨어 개발만으로 차량 내 원하는 서비스·기능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신속한 OTA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스마트콕핏'은 탑승객에게 내비게이션, 음성 지원, 결제 서비스 등 AI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오토드라이브는 레벨 2~3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하며 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사실상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OTA다. 무선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면 업체들로선 그만큼 수익 창출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차량 판매와 사후관리(AS)에 그쳐 매출이 연속성을 가지지 못했던 기존 수익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서다.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만큼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테슬라가 월 199달러(한화 약 23만4000원)에 이용 가능한 FSD(완전자율주행) 정기 구독 서비스를 업데이트를 통해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텔란티스가 이날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에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보험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스텔란티스는 관련 서비스를 통해 오는 2026년 연간 약 40억유로(약 5조3044억원)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오는 2030년에는 자사 커넥트카 수가 현재 1200만대에서 34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연간 약 200억유로(약 26조5224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소프트웨어 부문에 약 300억유로(약 40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스텔란티스의 발표에는 자동차를 더 이상 이동 수단으로 보지 않고,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보겠다는 시각이 담겨 있다. 이동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게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이다. 최근 GM, 현대차그룹 등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이유다.

카를로스 CEO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풀액셀을 밟겠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