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기업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도전적인 연구개발(R&D)을 이끌어내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한국 경제의 핵심 역량이 될 겁니다.”

이재홍 기술정보진흥원 원장 "민간펀드가 외면하는 제조기업에 100억 투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설립 20주년을 앞두고 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재홍 원장(사진)은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정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유일한 중소기업 R&D 지원 전문기관이다. R&D 관련 정부 출연금을 받아 유망 혁신 중소기업에 적절히 집행,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기정원의 R&D 집행 예산은 1조8000억원으로, 9700여 개 기업(작년 기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정원은 플랫폼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과 달리 제조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원장은 “제조·하드웨어 기업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을 선정해 전용 R&D 사업을 지원하는 업무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벤처기업의 R&D 확대를 위해 기정원이 각별히 신경쓰는 사업은 ‘투자형 R&D’다. 투자형 R&D는 민간 VC가 선별해 미리 투자한 기업에 정부가 매칭투자 방식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으로 지난해 도입된 뒤 계속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 원장은 “실패 확률이 높아 민간 투자가 어려운 프로젝트를 특별히 지정 과제로 선정해 100억원 이상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맞춰 올해 중기부 전체 R&D 지원 예산의 2.8% 수준인 투자형 R&D 규모도 2025년까지 10%가량(3000억원 목표)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과를 창출한 기업과 투자자를 상대로 정부 지분을 60%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해 참여 기업들의 호응이 높다는 평가다.

정부 예산으로 집행하는 투자형 R&D와 별도로 최근 기정원은 중기 R&D 자금을 전담·예치하는 기업은행, 하나은행과 협력해 혁신적인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300억원 규모 투자금도 조성했다. 이 원장은 “은행과의 실무협의회를 통해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집중 발굴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스마트공장의 보급 및 고도화 사업도 기정원의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개별 스마트공장을 연결하는 ‘선도형 디지털 클러스터 사업’에 중점을 뒀다. 그는 “디지털 클러스터 사업을 이용해 올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30여 개 협력사와 지능형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2025년까지 이 같은 디지털 클러스터를 100개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27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R&D 관련 직무를 두루 경험한 산업통으로 꼽힌다. 2017년부터 중기부로 이동해 벤처혁신정책관 등을 지낸 뒤 지난해 기정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