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 사진=기아
기아 쏘렌토. 사진=기아
내년도 현대차·기아 디젤 차량의 가격이 인상된다. 내년부터 강화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 인증 방식에 대응해 회사 측이 관련 부품을 교체·추가 장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초부터 디젤 차량의 OBD 인증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PT)을 전 디젤차로 확대한다. 내년 1월1일부터 유럽이 WLTP 방식을 전격 채용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OBD는 배출가스 저감 관련 부품의 오작동으로 배출가스가 기준치보다 증가할 때 차량 계기판을 통해 경고하는 장치다.

국내에서 WLTP 방식은 올해 나온 디젤 신차에만 적용됐다. 이를 내년부터는 기존에 출시됐던 차량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WLPT는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국내 OBD 인증에 활용됐던 유럽연비측정방식(NEDC)보다 검사 시간이 길고 까다로운 주행 조건 등 평가 기준이 더 엄격하다. 다만 시험 평가 방식이 복잡해졌을 뿐, 배출가스 규제 수치 자체가 높아진 건 아니다.

정부는 WLPT 방식을 도입한 뒤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둘 계획이다. 이후 OBD 인증 평가에서 통과되지 못한 디젤 차량은 판매가 금지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현대차 스타리아 등 올해 출시된 신차에는 강화한 규정에 대응 가능한 배출가스 저감장치와 관련 부품이 탑재됐지만 이전에 나온 차량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로선 WLPT 방식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장치·부품 교체와 시스템 변경 등의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교체 작업이 필요한 현대차 투싼·싼타페·포터, 제네시스 GV70·GV80, 기아 모하비·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봉고 디젤 모델은 판매량이 높아 판매가 금지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들 차량을 대상으로 변경인증을 준비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는 개선된 저감장치가 장착된 차량들이 생산·판매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디젤 차량의 가격이 인상되는 이유다. 원자재 값 상승이 차량 가격을 부추기는 가운데 배출가스 저감장치 관련 부품 개선과 관련 부품의 교체 작업이 이뤄지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서다.

실제 현대차·기아 일선 영업 대리점은 본사로부터 내년 일부 디젤 차량의 가격 상승을 예고받은 상태다.

한 기아 영업직 직원은 "기아 쏘렌토와 봉고는 이달 말, 스포티지·카니발·모하비는 내년 초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한 달 전쯤 본사로부터 디젤차 가격 인상을 예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차종 별로 가격 인상 정도는 다르겠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균 100만원 정도 오를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내년 규제를 반영해 저감장치가 개선돼 출시된 올해 디젤 신차를 제외한 기존 출시 모델들의 가격 인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