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2030년까지 미국에 52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하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27~28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여야 의회 지도자를 만나 SK그룹의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과 전략 등을 소개했다. 미국에서의 최 회장 행보에는 정유·화학 등 레거시(기성) 사업에서 배터리, 첨단소재, 수소 등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SK그룹의 전략이 내포돼 있다.

○18조 투자해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

SK그룹의 경영을 관통하는 용어는 근본적 혁신을 의미하는 ‘딥체인지’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성장 계획인 ‘파이낸셜 스토리’가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뿐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다. 기업의 미래 가치 성장을 위해 어떻게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변화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를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이다.

SK그룹이 미래 신성장동력의 핵심으로 키우는 것은 단연 배터리다. SK그룹은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SK온을 출범시켰다. 출범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배터리 사업에 1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재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5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SK온은 최근 3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나섰다. 확보한 투자금은 미국, 헝가리, 중국 등에서 준비 중인 신규 공장 설립에 투입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9월 미국 포드와 합작사를 세우고 2027년까지 89억달러(약 10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세 곳을 짓기로 했다.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밸류체인 구축도 가속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LiBS)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25년 생산능력을 40억㎡로 늘릴 계획이다. SKC도 투자사 SK넥실리스의 동박 사업 외에 양·음극재 등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선점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SK그룹은 도시가스,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등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춘 SK E&S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SK E&S는 2025년까지 액화수소 연 3만t, 블루수소 연 25만t 등 수소 공급능력을 연 28만t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 3월 SK E&S는 2025년까지 5조3000억원을 투자해 LNG로부터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 E&S는 1월 SK㈜와 함께 1조8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인수했다. 10월엔 플러그파워와 아시아 수소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해상풍력의 핵심 설비인 하부구조물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건설 계열사 SK에코플랜트는 최근 4595억원을 투자해 해상풍력 플랜트 제조사인 삼강엠엔티를 인수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기존 주력 사업인 플랜트에서 벗어나 2023년까지 3조원을 친환경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풍력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등 신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