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능토큰(NFT)을 산다고 해서 저작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NFT는 일종의 ‘계약서’다. 판매자의 뜻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변준환 코인플러그 이사는 “NFT에 올릴 수 있는 권리는 다양하다”며 “작가가 자신이 쓴 책에 대해 대출할 권리를 NFT에 부여할 수 있고, 저작권까지 포함해서 팔겠다고 의도하면 저작권을 NFT에 기입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NFT에는 저작물 자체가 아니라 NFT로 판매되는 권리에 관한 내용과 저작물의 위치(링크) 등에 대한 설명만 기재돼 있다. 저작물은 NFT에 들어간 링크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오픈마켓 NFT, 무단 복제 쉬워…저작권 소송 위험
NFT 그 자체가 저작권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은 최근 잇따르는 도용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가 만든 NFT를 올릴 수 있는 오픈마켓에서 익명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가져다 NFT로 복제하는 게 가능하다. 세계 최대 NFT거래소인 오픈시에서조차 무단 복제된 이미지, 동영상 등을 NFT로 내다 파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저작물로 연결되는 링크가 없는 불량 NFT가 판매되는 사례도 있다. 무단으로 복제한 NFT를 샀을 경우 저작권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험이 생긴다.

거래소는 모니터링팀을 투입해 불량 NFT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의 저작물을 따다 만든 NFT나 링크 없는 NFT를 사전에 걸러낼 기술적 방법은 지금으로선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변 이사는 “신고가 들어오면 (불량 NFT 거래를) 시도한 사람을 추적할 수 있게 고객확인제도(KYC)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최소한 누가 거래했는지는 파악하기 위한 장치다. 최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남의 저작권을 침해해 NFT를 만들어서 파는 행위에 대해 거래소가 별다른 장치를 두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 방조 행위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 법령이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은 이용약관과 증빙시스템을 통해 NFT 거래 시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전재림 한국저작권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아직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만큼 NFT 거래를 저작권 양도 및 이용 허락 계약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