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수선 여부·비용, 해외 본사서 결정
해외 명품 브랜드 소비자 민원…대분이 서비스·사후관리 불만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샤넬 매장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서초동에 사는 박모 씨(31)는 2년 전 구입 후 몇 번 사용하지 않은 300만원대 가방을 들고 올 8월 구입한 백화점 명품 매장을 찾았다. 가방 손잡이 가죽이 갈라지고 유약이 흘러내려 수선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는 프랑스 본사에 가방을 보내 몇 주간 논의한 끝에 유약이 흘러내리는 현상을 불량으로 판정하고 교환이나 수선을 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 씨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동일 상품은 이미 단종됐으며 비슷한 상품은 최근 가격이 인상돼 100만원에 가까운 차액분을 지불해야 교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교환 대신 손잡이를 수선하려면 비용 8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매장 점원은 "본사의 방침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후서비스(AS)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설 수선업체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박 씨는 "몇백만원짜리 가방을 팔고도 정작 하자가 생기니 매장은 뒷짐을 진다.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해외 명품의 AS가 엉망이라 고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비싼 가격에 명품을 구입했지만 걸맞은 서비스는 커녕, 구입 후 교환이나 수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배짱 영업'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후 수선을 받으려면 수선 가능 여부나 비용, 소요 기간 등은 해외 본사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접수 받을 순 있지만 해외에서 고쳐올 경우 길게는 몇 달씩 걸린다. 국내 자체 AS 인력이 대부분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명품 매장에서도 고객 입장에선 사설 수선집으로 고객들을 유도하는 편이 더 낫다고 설명하는 실정이다.
샤넬의 매장 진열대 모습. /연합뉴스

샤넬의 매장 진열대 모습. /연합뉴스

실제 해외 명품은 수선에 최소 1~2개월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1년을 넘기기도 한다. 직장인 유수연 씨(34)는 1000만원대에 산 에르메스의 '콘스탄스백' 버클이 고장나 매장에 수선을 요청했지만 "프랑스 본사로 보내면 수선하는 데 반년에서 최대 8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답변을 받고 본사 AS 받기를 포기했다.

대신 매장은 백화점 인근의 명품 수선전문점을 추천했다. 이 곳에서 유 씨는 2주 만에 수선을 받았다. 물론 비용은 유 씨가 직접 지불했다. 그는 "1000만원 넘는 가방을 사고도 국내에서 작은 버클 하나 교체가 안 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 씨처럼 명품을 산 고객들이 문제가 생기면 사설 수선집을 직접 찾아 자체 AS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역별로 솜씨 좋고 유명한 명품 수선집은 인터넷에 리스트까지 돌아다닌다. 하지만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한 명품 수선집의 경우 작은 지갑의 지퍼 하나를 교체하려 해도 수십 만원이 드는 등 부르는 게 값이다. 제품에 따라 수선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한 소비자는 "가죽 가방 손잡이와 지퍼 하나를 교체하려 했더니 수선집에서 13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면서 "너무 비싸 지퍼만 교체하려 하니 그것도 30만원이었다. 수선에만 가방 한 개 값이 더 들어간다는 생각에 결국 수선을 포기하고 그냥 제품을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롯데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한경DB

롯데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한경DB

본사로 보내고도 만족스러운 수선을 못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고덕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민주 씨(32)는 지난해 루이비통에서 구입한 290만원대 '마리냥' 가방에서 악취가 나 파리로 보냈지만 그대로 돌려받았다. 루이비통 측은 "고객의 보관 부주의로 인한 악취일 뿐 하자는 없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이 씨는 "아껴쓰느라 사용도 거의 않고 가죽 습기제까지 넣어 보관한 가방이었다. 본사에서 제대로 심의를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S 갑질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고질적 행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상담 접수 건수는 총 4267건에 달했다. 상담 신청 이유로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2695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AS 불만도 497건에 달했다.

명품업계에서는 AS에 소극적인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에서 명품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자체적으로 AS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5억420만달러, 약 15조원에 이르러 세계 7위 수준에 해당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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