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EV100 가입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SK렌터카 SK매직 등 7개 자회사와 함께 3.5t 이하 모든 차량을 무공해 차량으로 바꾸는 게 목표다. SK네트웍스 계열사들이 보유한 차량은 렌터카를 포함해 20만 대에 달한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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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개 기업 143만 대 전환

EV100과 K-EV100(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차량을 무공해 차량으로 바꿔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게 캠페인 참여 기업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2월부터 11월까지 K-EV100에 가입한 기업은 224개다. 이들 기업이 현재 보유 또는 임차 중인 차량은 약 109만 대이며 2030년까지 143만 대의 차량을 전기차 및 수소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신차가 187만여 대임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힘든 숫자다. 무공해차 전환의 시작 시점은 올해부터다. 이들 기업은 연내에 내연기관차 3만 대를 처분하고 무공해차 1만6000대가량을 구매하거나 임차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V100 참여 기업이 전기차 인프라 확대의 선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무용 차량 운영을 위해서라도 사옥 곳곳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설치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은 대도시 인구밀도가 높아 빌딩, 아파트 등 공용 주차장의 충전 인프라 확충이 전기차 확대의 선결 조건”이라며 “K-EV100은 충전 공간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를 겪은 국내 운수·물류업체들이 디젤 엔진 상용차 대신 친환경 버스와 트럭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부족 사태 이후 디젤 엔진 차량 구매를 꺼리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급속 충전기 무료 설치해줘

자동차업계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EV100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아직 충전기가 보편화되지 않은 만큼 충전 편의성을 높여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법인에 대한 특화 서비스인 EV충전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에스트래픽과 제휴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법인 고객에 급속 또는 완속 충전기를 무상으로 설치해주고 약정 기간 동안 무료로 대여해준다. 관리 및 충전 비용 부담을 줄여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중 G80는 법인 구매 비율이 62%에 달한다.

렌터카업계는 법인 차량의 장기 렌터카 이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전기차 매입량을 늘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SK렌터카다. SK렌터카는 K-EV100 수요를 잡기 위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개인과 법인 고객들이 충전카드 하나로 전국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충전기 사업자별로 카드를 여러 개 준비해야 했다.

SK렌터카 관계자는 “기업들은 아이오닉 5, EV6를 주로 빌리고 공공기관은 니로, 코나 위주로 쓴다”며 “충전 편의성 문제가 해결되면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EV100

영국 비영리기구 더클라이밋그룹의 글로벌 이니셔티브. 2030년까지 보유 또는 임차한 3.5t 이하 차량 100%, 3.5t 초과 차량 50%를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전환하는 사업. 국내에선 환경부가 K-EV100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