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중 중앙선 침범 사고냈지만...법원 "업무상 재해"
출장 중 중앙성 침범 사고를 내고 피해자와 합의를 못했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11단독 이소연 판사는 지난 10월 20일 근로자 A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A는 회사에서 글램핑관리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다. 2019년 6월 사업장 프론트 바닥을 청소하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눈부위가 찢어지는 사고(1차 사고)를 당했고, 이날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는 수술 직후 회사 대표의 지시에 따라 업무용 트럭을 몰고 거래처에 서류를 전달하게 됐다. 이후 복귀하던 중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를 내 반대편 도로를 운행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A는 눈이 찢어진 1차 사고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를 신청해 공단으로부터 승인 받았다.

A는 중앙선 침범 사고에 대해서도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에 공단은 "중앙선 침범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상 12대 중과실"이라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요양불승인처분을 내렸다. 이에 A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범죄행위나 이를 원인으로 발생한 사망·부상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A는 "1차 사고를 당하고 수술까지 받안 다음 안정을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출장지시를 받았은 탓에 집중력이 떨어졌다"며 "노후 과적 차량을 운전하는 바람에 제동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사고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범죄행위로 인한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 이유는 업무 외적인 이유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려는 것"이라며 "범죄행위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A는 그날 당일 오전 1차 사고로 수술을 받은 직후 출장을 다녀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의 행동이 산재보험법 지급 거부 사유인 '범죄행위'로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어 "이 사고로 A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죄로 금고형 집행유예를 받은 것은 인정되지만 이는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사업주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데도 합의금 마련에 도움을 주지 않은 점, A가 동종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의 중앙선 침범행위가 산재보험의 보호를 못받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