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발전원료의 연료비 단가가 지난 8월 이후 3개월 사이 많게는 4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기준인 올 9~11월 연료가격이 크게 뛰면서 올해 이미 한 차례 오른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을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연료비 증가의 부담은 고스란히 한국전력에 전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석탄, LNG 가격 3개월새 급등

21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LNG의 연료비 단가는 ㎾h당 135.05원으로 3개월 전인 지난 8월 대비 39.7% 올랐다. LNG의 연료비 단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37.2% 올랐는데, 최근 3개월 사이의 상승 폭이 연초부터 8월까지의 상승폭보다 컸던 것이다.
자료:전력거래소
자료:전력거래소
석탄 중에서 발전에 주로 쓰이는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는 이달 ㎾h당 66.52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과 비교해선 3개월 사이 15% 상승했다. 석유류의 연료비 단가도 같은 기간 14.3% 상승했다.

연료비 단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올 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세계 주요국의 경제가 작년 말부터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주요 연료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중 패권경쟁, 개발도상국의 회복 지연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석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정부는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내리는 구조다. 전기요금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지난 2·3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정부는 '동결'을 고집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다. 하지만 연료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도 올 4분기엔 버티다 못해 전기요금을 ㎾h당 3원 인상했다.

정부 "공공요금 동결"한전 부담

관건은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지 여부다. 지난 9월 정부는 올 6~8월 연료가격의 급등을 이유로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올 9~11월 연료가격을 기준으로 오는 12월에 결정된다. 연료비 연동제 원칙을 따르면 6~8월 이후로도 9~11월 연료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생활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 안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가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정부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공요금은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대로 연말까지 동결 원칙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경DB
한경DB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연료비 인상의 부담은 모두 한국전력 및 발전공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한전은 이미 연료비 부담 증가로 인해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9367억원의 영업손실(잠정치)을 냈다. 작년 3분기 2조33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비해 크게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올 4분기부터는 ㎾h당 3원 인상된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실적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이익보다 연료비 급등에 따른 추가비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이 더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의 손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