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에 원자재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자동차 가격의 '도미노 인상' 조짐이 보인다.

17일 현대자동차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플라스틱 등 현대차가 차량을 제조하는데 쓰는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최대 60%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 t당 101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올 3분기 165달러로 63.3% 뛰었다. 철광석은 차체를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재료. 이 기간 알루미늄과 구리의 t당 가격도 각각 39.9%와 48.6% 올랐다. 지난해 말 t당 955달러던 플라스틱 가격 역시 올 3분기에는 1181달러로 23.6% 상승했다.

이같은 원자재값 상승은 차량 가격에도 일부 반영됐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 4182만원에서 올 3분기 4758만원으로 13.7% 뛰었다. 레저용 차량(RV)의 경우 이 기간 4177만원에서 4208만원으로 올랐다.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3579만원에서 4239만원으로 올랐다. RV는 4826만원에서 5407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품귀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차량값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잇따라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폭스바겐은 최근 3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이 569억유로(약 76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594억유로) 대비 4.1% 감소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31억유로(약 4조1500억원)로 지난해 36억유로에 비하면 14.6% 줄었다.

제네럴모터스(GM)과 포드의 3분기 이익도 크게 줄었다. GM의 3분기 순이익은 24억달러(약 2조8128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40억달러) 보다 40%가량 감소했다. 포드도 3분기 순이익이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로 전년 동기(24억달러) 대비 25% 줄었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 발표 이후 진행한 전화회의(콘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는 반도체 칩 사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존 롤러 포드 CFO도 "철강, 알루미늄 가격 인상으로 내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인플레이션 압력이 사업활동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잇다른 차량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폭스바겐그룹과 도요타는 지난달 동아시아 시장부터 차량 가격 인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차값을 7차례나 올렸다. 테슬라 모델3(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기준) 미국 판매 가격은 연초 3만6990달러(약 4393만원)에서 4만1990달러(약 4987만원)로 5000달러 올랐다. 테슬라는 최근 한국에서도 모델3와 모델Y 차량값을 200만원씩 인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잇따른 차량 가격 인상으로 현지의 비판 여론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 산업에 걸친 공급망 가격 상승 압박에 따라 차량 가격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