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이후 월급날부터는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할 때 임금명세서를 반드시 교부해야 한다. 명세서에는 임금 구성 항목, 공제 내역은 물론 계산 방법까지 세세히 기재해야 한다. 시행일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복잡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중소·영세 사업장 등은 혼선을 빚고 있다. 자칫 추가 비용 발생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용직도 임금명세서 주라니…中企 '한숨'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가 담긴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해 이달 19일부터 시행된다.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임금 내역 정보를 제공하고, 근로시간과 임금 등을 놓고 발생하는 임금 체납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명세서에는 임금 구성 항목, 계산 방법, 공제 내역, 임금 지급일, 임금 총액 등을 담아야 한다. 임금 구성 항목의 경우 기본급은 물론이고 각종 수당, 식대, 성과급, 상여금 등 모든 항목을 구분하고 금액도 따로 기재해야 한다. ‘계산 방법’, 즉 임금 산출 계산식도 함께 밝혀야 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의 경우 실제 근로시간 수에 시급을 곱한 공식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연장근로시간이 16시간이고 시급이 1만2000원이라면 ‘16시간×12000원×1.5’라고 밝혀줘야 한다.

시급·일급제처럼 출근일수나 시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명세서 교부 의무를 위반하면 근로자 한 명당 과태료가 매겨진다. 1차 위반은 30만원, 2차 위반 50만원, 3차 위반 100만원이며 최고 500만원까지 부과된다. 기재 사항 일부를 적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적어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금명세서는 서면은 물론 사내 전산망, 앱, SNS, 이메일 등으로도 교부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복잡한 내용 때문에 중소·영세 사업장들이 행정력 낭비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시급·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직역수호센터 센터장은 “건설현장에선 당장 일용직 대장과 별도로 일용직 임금명세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큰 현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명이 퇴사하고 들어오는데 일일이 파악하고 명세서를 교부하는 것 자체가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자와 합의해 인건비를 사업소득으로 처리하는 사업장, 4대보험 미가입 사업장도 문제다. 실질적인 근로자라면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근로자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도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방법이 복잡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영세 사업장에는 그 비용도 부담이다. 소 센터장은 “시행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또 “명세서 건으로 진정·신고 사건이 크게 늘어나면 일선 근로감독관의 업무도 과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