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가 최근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빼놓아서는 안 될 핵심적인 친환경 제품으로 떠올랐다. 콘덴싱보일러는 배기가스의 열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열 교환기를 하나 더 장착한 보일러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를 부상한 상황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의 가치가 재조명된 덕분이다.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는 지난해 4월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사용이 의무화됐다.

콘덴싱보일러가 고객에게 주목받는 데는 콘덴싱보일러 개발에 앞장서온 경동나비엔의 역할이 적지 않다. 경동나비엔은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한 이후 기술력을 축적했다. 보일러 시장에서 익숙하던 문법을 과감히 탈피하며 시장의 체질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의 전략을 살펴봤다.

상황 1 미세먼지 문제 심화
도전 1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광고

지난 2016년은 환경정책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된 해로 평가된다.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을 시작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의지를 담아 195개국이 참여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됐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감대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호가 빠르게 늘어났다.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서울연구원이 2016년도에 발표한 연구결과로 인해 서울시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 39%가 난방에 해당하고 이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개별 난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난방 분야에서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경동나비엔은 업계 1위 기업으로서 과감한 도전을 진행했다.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진행하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회사의 제품 광고가 아닌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사용을 늘리자는 메시지를 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에 매출 확대를 위해 제품의 에너지 절감 효과나 기술적인 발전을 소개하는 메시지가 중심을 이뤘던 기존 보일러 광고의 문법을 과감히 탈피했다. 시대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고객에게 알리는 광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과거 감성광고의 효시로도 유명한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로 도시화 과정에서 잊혀지던 가족애와 우리 삶 속에서 따뜻함을 전하는 보일러의 가치를 재조명했던 것처럼 함께 지구를 지키는 친환경 노력을 진행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계획이었다.

경동나비엔은 ‘콘덴싱이 옳았다’ 캠페인을 2016년부터 시작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콘덴싱보일러의 친환경성을 꾸준히 고객에게 전했다.

특히 2017년에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각으로 콘덴싱보일러를 만드는 아빠를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로 묘사한 광고가 큰 호응을 얻으며 익숙하지 않던 ‘콘덴싱’이라는 기술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친환경 보일러 시장을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높아진 소비자 관심에 부응해 2017년부터 환경부가 보급지원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이후 2020년부터는 대기관리권역에서 콘덴싱보일러 사용이 의무화됐다.

상황 2 높아진 소비자 관심
도전 2 체험형 매장 열어 대응

전통적으로 보일러는 소비자의 관심이 높지 않은 저관여 제품으로 평가됐다. 설치 제품이라는 특성상 전문가인 설비업 종사자들의 추천이 제품 구입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세나 월세 등으로 자가에서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보일러의 실사용자와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다른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일반 보일러와 콘덴싱보일러의 구입 금액의 차이를 고려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보급지원사업을 진행하고, 광고 등을 통해 콘덴싱보일러의 친환경성에 대해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보일러 구입에 있어 소비자들의 관여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보일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있는 매장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대리점이나 설비업체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인 보일러 시장의 구조는 분명 대형 가전 매장에서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는 다른 가전제품들과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

이에 경동나비엔은 대형마트 내 가전 매장에 체험형 매장을 열며 고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019년 1월 이마트 은평점과 하남 스타필드에 위치한 일렉트로마트에 매장을 입점하고 매장 내 체험존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보일러 유통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리점 역시 변화를 시작했다. 관련 업계에서 유일하게 녹색매장 인증을 획득하고 쇼룸 형태로 매장을 구성해 고객들이 더욱 쉽게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가 2011년부터 시행하는 녹색매장 인증제도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판매, 홍보해 친환경적인 소비 생활을 유도하는 매장 운영을 권장하고자 만들어졌다.

그간 주로 백화점, 대형마트, 유기농 제품 전문 판매점 등에 지정돼 왔던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서기 하기 위해 보일러 업계에서는 최초로 녹색매장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 2019년 경동나비엔 파주 대리점이 업계 최초 녹색매장으로 지정된 후 지난해 상반기에는 평택, 인천 등 수도권과 세종, 천안, 대구, 익산, 부산 등 전국 거점 지역이 추가하며 전국 8개 매장으로 녹색매장을 확대했다.
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상황 3 코로나19와 온택트의 확산
도전 3 보일러의 온라인 시대 열어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며 우리의 삶의 모습 또한 크게 변화했다.

특히 안전을 위해 비대면을 선호하고 재택근무의 확대와 방역 지침 준수를 위한 노력 등이 병행됨에 따라 대면 접촉도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는 이제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을 통한 제품 구입이 일상화되는 사회적 트렌드와 달리 그간 보일러는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쉽지 않은 제품이었다. 설비업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사이트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진행되었으며, 그마저도 설치비가 각각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경동나비엔은 자사의 공식 쇼핑몰을 통해 보일러 구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하게 정보를 획득하고 공식 쇼핑몰에 연계된 온라인 파트너에게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쾌적한 생활환경 파트너를 지향하며 사업을 더욱 다각화해 나가고 있는 만큼 전통적인 보일러 산업의 틀을 깨고 소비자가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2019년부터 자사의 공식 쇼핑몰을 통해 보일러 구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하게 정보를 획득하고, 공식 쇼핑몰에 연계된 온라인 파트너에게 편리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의 높아진 관심에 대응하기 위해 공식 쇼핑몰인 나비엔 하우스를 리뉴얼, 인터렉티브 기능을 강화하여 소비자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경동나비엔은 AI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나비엔 AI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보일러 구매 상담부터 제품 이상에 대한 자가 진단, AS 접수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보일러 구동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나비엔 AI 서비스를 통해 제품 에러 코드를 인식하면 자가 진단 방법을 안내 받을 수 있고, AS 접수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불필요한 대면 및 유선 상담 시간을 줄이면서 신속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장기적인 안목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동나비엔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김시환 본부장의 한 마디다. 경동나비엔은 일관된 사업방향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를 실현하며 쾌적한 생활환경을 구현하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가스보일러 보급 초기이던 지난 1988년 아시아 최초로 콘덴싱보일러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경동나비엔은 콘덴싱보일러의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으며 보일러 시장의 체질 개선까지 이끌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경동나비엔의 매출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보일러 및 가스온수기 수출의 8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콘덴싱보일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은 2016년 5832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8734억원까지 성장 5년새 49%나 성장했다.

김 본부장은 “친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와 콘덴싱보일러 의무화로 인해 보일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아지며 B2C 산업으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기술과 품질이라는 변하지 않는 중심을 기반으로 고객 접점의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최종 제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을 비교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우리가 고려해야할 제품 속성의 종류도 많고, 비교해야 할 대안의 수도 너무 많다.

때로는 복잡한 기술 용어를 이해하는 일도 쉽지 않다. 나에게 중요한 제품일수록, 그리고 서로 상충하는 대안별 속성을 비교해야 할수록 선택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때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손쉬운 의사결정 방식이 있다. 나 스스로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쉬운’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이유에 근거한 선택(reason-based choic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이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아이들에게 안전하다는 이유로, 혹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는 이유 등으로 선택한다. 다시 말해 모든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를 기업의 입장에서 바꾸어 생각하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을 구매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환경, 사회적 웰빙, ESG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역시 소비자에게 구매 이유, 즉 정당화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차피 비슷한 품질이라면 우리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기에 보다 수월하다. 경동 나비엔 역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콘덴싱 보일러의 “친환경성”을 핵심적인 구매 이유로 잘 제시하고 있다.

사실 경동나비엔은 과거에도 소비자에게 구매 이유를 효과적으로 어필했던 경험이 있다. “아버님 댁에 가스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효심, 가족애’ 등을 적극적인 구매 이유로 잘 제시했던 사례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시대적 변화에 맞춰 ‘환경 보호’와 ‘사회적 웰빙’을 새로운 구매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메시지가 얼마나 일관성 있게 전달되느냐이다. TV 광고에 등장하는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외부로 내세우는 메시지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가치의 차이가 작아야 한다.

브랜드 스토리, 제품 개발, 생산방식, 제품 디자인, 유통과정, 점포 인테리어, 고객 서비스, 프로모션 등 모든 부분에서 일관성 있는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기업만이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이라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을 수 있지만 ‘아버님 댁~’과 ‘콘덴싱이 옳았다’라는 광고 카피를 모르는 소비자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 카피는 따뜻한 가족애를 연상시킨다. 이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추운 날씨에 혹시라도 부모님이 고생하시지 않을지를 걱정하게 된다.

이렇게 감성광고로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던 경동나비엔이 ‘콘덴싱이 옳았다’ 캠페인에서는 소비자들의 이성에 호소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이다.

‘아버님 댁~’과 ‘콘덴싱이 옳았다’라는 카피에는 공통점이 있다. 후자를 아이의 시각에서 콘덴싱보일러를 만드는 아빠를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로 묘사함으로써 전자와 마찬가지로 ‘가족’이라는 주제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가족이라는 맥락에서 때로는 소비자의 감성을, 때로는 이성을 자극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었다.

소비자는 공감하는 광고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마케터 입장에서 광고의 효과를 높이려면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소비자의 공감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니즈를 반영해 학계에서도 소비자의 공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 연구는 소비자가 공감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감성적, 이성적, 감각적, 행동적, 관계적 공감 모듈 등으로 구성된 ‘소비자 공감 모듈’을 제안하고 있다.

소비자는 다섯 가지 공감 모듈 중 무엇을 거치든지 공감을 경험하게 되지만, 어떤 공감 모듈을 경유하느냐에 따라 광고의 메시지를 수용하고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버님 댁~’은 감성적 공감 모듈에, ‘콘덴싱이 옳았다’는 이성적 공감 모듈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맥락은 감성적 혹은 관계적 공감 모듈로 볼 수 있다.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싶은 마케터라면 어떤 공감 모듈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소비자 공감 모듈 보다 더 소비자 공감을 얻게 하는 것은 ‘기술과 품질이라는 변하지 않는 중심을 기반으로, 고객을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라는 경동나비엔의 마케팅 포인트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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