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파의 모델 배우 전지현. 드라마 '지리산' 캐스팅으로 홍보효과를 노렸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 자료=네파
네파의 모델 배우 전지현. 드라마 '지리산' 캐스팅으로 홍보효과를 노렸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 자료=네파
"지리산 관련주는 주말에 드라마 끝나고 나서는 거의 블랙먼데이 수준", "코스닥 지수가 오르는데 관련주들은 너무 떨어지네"….

tvN드라마 ‘지리산’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동시에 혹평이 쏟아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리산은 제 2의 '오징어 게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김은희 작가, 배우 전지현·주지훈 등 '킹덤' 주역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방영 전부터 예능프로그램에 김은희 작가가 출연하고 공개자리를 가지면서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첫 방송을 탄 후 드라마의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와 과도한 PPL(기업간접광고) 등이 구설에 올랐다. 9.1%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3회에 7.9%까지 떨어졌다. 4회에는 반등해 9.4%에 이르기도 했지만, 주말에 드라마가 방영된 후 주식시장에서는 관련주들이 떨어지는 현상이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제작사, 2주 동안 37% '급락'…시총 1744억 날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전날 3만1250원으로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인 지난 22일 4만9550원보다 36.93% 하락했다. 같은기간 시가총액은 4723억원에서 2979억원으로 1744억원이 날아갔다.

공동제작에 나선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도 하락했다. 지난달 22일 9만4500원에서 전날 8만8200원으로 7.44%가 빠졌다. 지리산의 제작을 후원한 네파의 아웃도어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는 나다아퍼시픽의 모회사인 태평양물산도 마찬가지다. 3345원에서 2435원으로 27.20%의 주가가 빠지면서 시가총액도 117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기간 코스닥 지수가 0.63% 강보합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드라마 '지리산'은 지리산 국립공원 최고의 레인저 서이강과 말 못 할 비밀을 가진 신입 레인저 강현조가 산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고를 파헤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미스터리 추리물에 국내 최고로 꼽히는 김은희 작가가 집필했지만, 화면에 펼쳐지는 어색함은 감출 수 없었다.

물론 작품의 초반기인데다 장르물이다보니 시청률은 반등할 여지가 있다. CG 역시 극초반에는 어색했지만, 스토리에 따라 근거리 촬영분이 많아진다면 혹평을 덜 수도 있다. 기대보다 못한 시청률이라고 할지라도 제작비인 약 300억원은 이미 회수한 상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을 판매하면서다.

시청자들의 지적이 빈번한 부분은 PPL이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이어지는 PPL은 흐름을 끊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신뢰도 떨어트리고 있다. 전지현이 모델인 뉴트리원 '비비랩 콜라겐'이 등장하거나 '에그드랍'을 먹는 건 애교수준이다.

프로 산악인에 버금가는 레인저들이 깨끗한 '네파' 등산복을 매일 갈아입다시피하는 모습은 공감을 사기 어려웠다는 게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드라마 지리산은 네파가 모델이 전지현이어서 겸사겸사 협찬하는 수준이 아닌, 제작지원에 총력을 모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네파 PPL, 온라인몰에서는 '품절' 기대했는데…

네파는 자사 온라인몰에 '지리산 전용몰'을 만들고 백화점 팝업스토어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지리산 전용몰의 경우 '드라마 지리산에서 노출되었던 그 제품'이라며 회차별로 나오는 제품들이 진열됐다. 매회 패션쇼를 방불케할 정도로 새로운 등산복과 아이템, 장비들이 등장하고 이는 모델 전지현이 그대로 입은 카탈로그로 배치되어 있다.
네파의 온라인 쇼핑몰. 드라마 회차별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자료=네파 홈페이지
네파의 온라인 쇼핑몰. 드라마 회차별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 자료=네파 홈페이지
현재 홈페이지에는 드라마 16부작까지 방영분에 해당하는 상품탭이 미리 마련돼 있을 정도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공개되는 터라 현재는 4회까지 공개된 제품들만 구매가 가능하다. 홍보문구들을 살펴보면 당장이라도 '품절'이 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이즈별로 재고들이 남아 있다. 11월로 가을철이 다 끝나감에도 F/W 제품들의 할인폭도 크지 않은 편이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과거 등산복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관련 시장 침체에 따라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연령층을 확대하거나 일상복,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모델인 전지현은 2014년부터 네파의 얼굴로 8년째 활동하고 있다. 반면 아이더는 '요즘 아이들 요즘 아이더'라는 문구를 내세워 아이돌 그룹 '에스파'를 모델로 기용했고, 노스페이스는 배우 신민아를 비롯해 남자아이돌인 SF9 로운과 위아이 김요한을 모델로 선정했다. K2의 수지와 블랙야크의 아이유·카이 등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모델을 앞다퉈 내세우기도 했다.

한편 네파의 최대주주는 MBK파트너스(MBK)로 2013년 지분 94.20%를 9970억원에 사들였다.인수 이후 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면서 한 때 1조원 매출을 넘보던 네파의 지난해 매출액은 2804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영업이익 67억원으로 전년대비 76.5%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커녕 순손실 규모만 1167억원에 달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