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뜻하는 알트코인(altcoin)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일(현지시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발표했음에도 뉴욕증시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 것처럼 고위험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알트코인에도 돈이 몰려든 것이다.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포진한 이른바 ‘메이저 알트코인’이 이날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고가 다시 쓴 이더리움

'비트' 주춤한 사이…알트코인 내달렸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이날 4664.91달러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업비트에서는 한때 547만원을 찍었으며 한 달 전보다 30%가량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 2위 코인인 이더리움은 디파이(DeFi),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에 활용되며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암호화폐업계는 지난달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데 이어 내년에는 이더리움 선물 ETF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주목받아 온 솔라나와 폴카닷의 상승세도 매섭다. 이날 솔라나 가격은 247.62달러까지 올라 신기록을 썼다. 업비트에서는 1주일 전보다 20% 이상 상승한 29만원대를 찍었다.

솔라나는 이더리움보다 거래 수수료가 싸고, 처리 속도는 빠르다는 점을 내세운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올초만 해도 2달러도 안 하던 것이 10개월 만에 100배 넘게 치솟았다. 테더를 밀어내고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시총 4위를 꿰찬 점도 눈길을 끈다.

폴카닷도 이날 54.55달러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총 8위로 올라섰다. 업비트에서는 전주 대비 25% 안팎 급등한 6만원대에 거래됐다. 폴카닷은 이더리움의 공동창업자였던 개빈 우드가 개발한 것으로, 서로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동할 수 있는 확장성이 특징이다.

증시에서 대장주와 중소형주 간 주도주 교체가 빈번하게 일어나듯, 코인시장에서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이 순환하며 장세를 주도하곤 한다. 메이저 알트코인의 질주에 힘입어 전체 암호화폐 시총은 이날 오후 2조7000억달러대로 불어났다. 세계적으로 3200조원 넘는 돈이 암호화폐에 묻혀 있다는 뜻이다.

“타자 바꿔가며 급등락 반복할 것”

기술력은 변변치 않지만 친근한 캐릭터로 승부하는 ‘밈(meme) 코인’이 뜨는 것도 알트코인의 활황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지코인 시총은 352억달러(약 41조원)로 9위, 시바이누가 311억달러(약 36조원)로 11위에 올라 있다. 개발자가 야반도주해 휴지 조각이 돼 버렸던 ‘오징어게임 코인’은 이날 2000% 반등하는 등 상식을 벗어난 투기도 여전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동안 시총 상위 알트코인이 타자를 바꿔가며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진영 후오비코리아 애널리스트는 “10월에는 비트코인이 시장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었으나 이달 들어 정체 국면에 들어선 이후 밈 코인, 디파이 계열 코인, NFT 계열 코인 등의 순서로 뭉칫돈이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나친 기대감으로 고점에 무리한 가격이 형성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6만2000달러대에 거래됐으며 전체 암호화폐 시총의 43%를 차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