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에서 빼낸 지방, 활용 길 열린다
“인체 폐지방 활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 꼼짝도 못했습니다. 이번에 달라질 수 있을지….”

인체에서 추출한 폐지방을 활용해 만든 창상피복제.  중기 옴부즈만  제공
인체에서 추출한 폐지방을 활용해 만든 창상피복제. 중기 옴부즈만 제공
지방 흡입수술 과정에서 빼낸 폐지방을 의약·미용용품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한 벤처기업 대표의 말이다. 2일 벤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건의를 받아들여 폐기물관리법 13조2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의료폐기물 처리 예외 사항에 폐지방을 포함하는 게 조문의 골자다. 법안 개정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고, 시행령과 규칙 등 하위 법령 개정 작업도 2023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폐지방은 ㎏당 2억원의 가치를 지닌 고부가가치 물질이다. 금(㎏당 7500만원)보다 비싸다. 폐지방을 가공하면 화상 치료에 쓰는 창상 회복연고, 관절 수술 시 인체 구멍에 넣는 조직 수복제 등을 만들 수 있다. 성인 1명이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으면 3~10㎏의 폐지방이 추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외에서는 폐지방을 활용한 성형수술용 필러가 대중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폐지방을 활용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치료제, 줄기세포 연구 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동안 폐지방을 활용하지 못했다. 폐기물관리법상 폐지방이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소각됐기 때문이다. 연간 폐기되는 폐지방은 500t에 달했다. 폐지방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꾸준히 있었지만,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등 각 정부부처 사이에서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았다.

이에 중기 옴부즈만이 각 부처에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중기 옴부즈만은 중소기업법 22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위촉한 독립정부기관으로, 중소기업 관점에서 불편한 규제와 애로를 개선하는 게 주요 업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