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2금융권 대출 문턱이 확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10·26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저축은행 대출 등을 대폭 옥죄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 규제 속에 2금융권 ‘대출 한파’를 맞고 있는 중·저신용자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변화는 내년 1월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할 때 카드론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DSR은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조달 창구라는 특수성이 감안돼 그동안 DSR 규제에서 제외됐다.

가령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려 이미 개인 DSR 한도를 다 채운 차주는 현재 시중은행 등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카드론은 얼마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카드론도 막힌다. 금융당국은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취급을 제한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서민들의 자금 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론 규제가 빡빡할수록 신용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대신 고신용자 위주의 안정적인 영업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 대책에는 2금융권의 차주별 DSR 기준을 현재 60%에서 내년 50%로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시중은행(40%)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는 시중은행에서 DSR 40%를 다 채운 차주가 2금융권에서 나머지 20%만큼 추가로 빌릴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10%로 쪼그라든다.

내년부터 2금융권의 업권별 DSR도 일제히 강화된다. 보험(70%→50%), 상호금융(160%→110%), 카드(60%→50%), 캐피털(90%→65%), 저축은행(90%→65%) 등 업권별 DSR 기준이 깐깐해진다. 각 업계 공히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심사를 엄격히 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올해 2금융권에서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것도 녹록지 않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각각 6%, 21.1%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총량 규제가 있는데 이미 한도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이미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심사를 강화하며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의 지난 9월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12.67%로 전월 대비 0.9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의 대출금리도 각각 0.82%포인트, 0.64%포인트 뛰었다.

카드론 금리도 상승세다. 롯데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연 13.52%에서 9월 연 15.43%로 1.91%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등의 카드론 금리도 0.4%포인트 이상씩 올라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