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은 물론 시설투자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못할 정도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경기 변동성 확대로 3개월 앞조차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28일 3분기 확정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11번 언급했다. 매년 3분기 실적 설명회를 열 때마다 공개하던 연간 시설투자액 예측치,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 등도 ‘백지’였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부품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에 따른 세트(완제품) 생산 차질도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일상 회복, 부품 수급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향방을 알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고객사들과 시각차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가격 협상의 난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10조2000억원을 포함, 올해 1~3분기에 33조5000억원을 시설투자에 썼다. 4분기 투자는 시장 상황을 보고 시점과 금액을 결정한다고만 설명했다. 시설투자 방향이라도 알려달라는 질문엔 “아직 경영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방향이 없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은 분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정도다. 경기 평택공장 증설 등을 통해 2017년 대비 올해 생산능력을 1.8배 늘렸다고 설명했다. 2026년까지 2017년 대비 세 배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3조9800억원과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48%, 영업이익은 28.04% 증가했다. 분기 기준 매출은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