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LFP 배터리 채택…삼원계 올인하던 국내업체도 진출 불가피
전기차 배터리 '보급형 LFP'-'고가형 삼원계'로 양분화 가속 전망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자사의 주력 차량 '스탠다드' 모델의 배터리를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교체키로 하면서 배터리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 들어 전기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선호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지금까지 LFP에 소극적이었던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중국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해 왔으며, 25일 열리는 LG화학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를 공식 언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온 지동섭 사장은 최근 LFP 배터리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도 LFP 배터리 개발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 업체들은 니켈 함량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에 치중하며 LFP 배터리를 채택하지 않았다.

삼원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가 길고 부피가 작은 장점으로 전기차 업체들이 선호해 왔다.

다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점이 있는 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의 배터리가 대다수 삼원계 계열이라는 점에서 안전성 이슈가 제기돼 왔다.

철과 인산으로 구성된 LFP 배터리는 삼원계와 비교해 주행 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또 LFP 배터리 채용 전기차에서도 일부 화재 사고가 보고되고 있긴 하지만, 삼원계보다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삼원계 배터리 시장은 한국 업체들이 절대 우위여서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에 치중하며 해당 시장을 주도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LFP 배터리 중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최근 들어 광물 원자재 가격 급등세와 안전 이슈가 맞물리면서 LFP 배터리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번 테슬라의 선언은 LFP 배터리에 더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테슬라는 지난 21일 주력 차량인 스탠다드(표준) 모델의 배터리를 기존 삼원계에서 LFP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는 다만 장거리 주행 모델은 삼원계 배터리를 계속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카 생산을 추진하는 미국 애플 역시 LFP 배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중국 CATL과 BYD와 배터리 공급 관련 협상을 벌이다가 좌초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올해 초만 해도 LFP 배터리에 대해 주행 거리 한계 등을 지적하며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LFP 배터리에 대한 선호 현상이 더욱 분명해지면서 더는 LFP 배터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테슬라의 LFP 배터리 채택 선언은 한국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기회 요인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고사양 삼원계 배터리와 중저가형 LFP 배터리로 양분되면서 한국 주도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LFP 채택 확대로 한국 업체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LFP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LFP와 경쟁이 가능한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LFP 배터리 시장이 중국 내수에 치중돼 화재 사고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생산량 대비 화재 빈도'로 보면 한국의 삼원계 배터리가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위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KB증권 이창민 연구원은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는 제조 원가는 낮추고 주행거리는 더욱 늘리는 트렌드로 가고 있으나, LFP 배터리의 추가적인 성능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보급형 차량은 LFP, 중·고가 차량은 삼원계를 탑재하는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완성차 업체들의 LFP 채용 확대가) 국내 업체들의 펀더멘털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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