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원 1600여 명을 소속기관의 정직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채용방식을 두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를 통해 콜센터 상담원을 고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시험을 볼 이유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건보공단은 22일 콜센터 상담원 채용과 관련해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앞으로 구성될 노사 및 전문가협의회에서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와 필요한 사항들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건보공단 기존 직원과 취업준비생들이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자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콜센터 노조는 건보공단의 이 같은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고객센터지부는 건보공단의 보도자료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어디에도 시험을 보라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조와의 대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도자료를 회수하거나 잘못 적시된 것임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반박문을 냈다. 시험 등으로 직원들을 걸러내지 말고 전원 고용을 승계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노사전협의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센터 노조는 인력과 예산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건보공단의 방침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다. 콜센터 노조는 호봉제 요구, 콜 인센티브제 폐지 등을 통해 임금을 인상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이 유지된 채 임금 등 처우가 좋아지면 예산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공단이 콜센터 노조원의 소속기관 채용 방침을 강행하자 공단 직원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A씨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떼쓰기 식의 투쟁으로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게 분하고 억울하다”며 “회사 내 다른 계약직과 인턴을 볼 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무논의협의회 내용이 직원들에게 공유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B씨는 “내부직원임에도 사안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언론으로 소식을 접해 무척 당황스럽다”고 했다. C씨는 “직원들 몰래 밀실회의로 진행해 갑자기 발표하는 행태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센터 직원 직고용에 반대하는 직원을 징계한 회사 측 조치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보공단은 조만간 사무논의협의회의 콜센터 업무수행방식 타당성 검토 결과를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태스크포스에 보고할 계획이다. 고용부가 이를 승인하면 공단이 노사전협의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전환 규모, 임금 체계, 채용방식 등을 협의하게 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해 합리적 전환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노사전협의회 구성과 동시에 외부전문가 연구용역을 통해 ‘고객센터 운영모델(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