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완공된 건물 엘리베이터만 보셔서 모르겠지만 공사 중인 엘리베이터의 뻥 뚫린 피트 내부는 아찔합니다. 사고가 나면 거의 사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말이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2019년 기준 71만8000여 대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다. 고층 건축물 증가, 노후 건물 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등으로 엘리베이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관련 산업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엘리베이터 작업과 관련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총 37명이며, 이 중 25명이 설치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 이에 공단도 규격화된 ‘시스템비계(공사용 임시 가설물)’를 개발해 현장 보급에 나서는 등 산재 사망자 감소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사고 원인 중 하나는 작업장 승강로 내 부실한 작업 발판 설치다. 현장의 가설 자재로 발판을 조립해 사용하고, 그 발판을 일부 해체한 후 재사용하는 탓에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작업 발판이 무너지면서 작업자가 추락사하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엘리베이터 공사는 다단계·하도급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공사비용 문제로 안전한 작업을 위한 인력 배치나 장비 확보 등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규격화된 시스템 비계를 사용해 발판을 설치하거나, 전용 발판을 개발하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 전용 제품이 주로 사용된다. 공단은 최근 ‘엘리베이터 작업 전용 시스템 비계’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 보급에 나섰다. 2019년 구성된 공단 개발 전담팀은 현대, 티센크루프, 오티스,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등 국내 4대 제조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내부 작업 최소화, 표준화, 규격화, 현장 적용성 강화를 개발 목표로 삼았다.

올해 초 최종 개발품을 선보이고 성능 평가 등 현장 적용 테스트를 끝마쳤다. 작업 전용 시스템비계 상부에는 각 현장의 승강로 내부 구조와 제조사별 다양한 엘리베이터 규격을 맞출 수 있는 작업 발판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승강로 내부에서 위험하고 힘들게 설치하던 작업 발판을 승강로 외부에서 밀어넣는 구조로 안전하게 개선했다.

공단은 하반기 현장 적용을 목표로 공급 방안과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현장 사고를 분석하고 현장 실태를 반영해 개발했다”며 “건설현장 도입이 점차 확산되면 관련 사고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