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상 연차휴가 사용 촉진을 했어도 미사용 휴가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 나왔습니다. 단체협약에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 규정이 있다면 휴가 사용을 촉진했어도 보상해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이에 대해 고용부가 근로기준법 상 연차 촉진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단체교섭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고 보는 것은 우리 노동법체계 상 당연한 해석이라는 반박도 나옵니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남부고용청은 지난달 14일 한 중국계 생명보험사에 '단체협약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회사가 미사용 연차휴가를 보상하지 않아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회사는 2018년 11월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직원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회사는 통상임금의 1.25배에 이르는 휴가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미사용 연차휴가 보상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를 퇴직한 근로자 A와 B는 자신이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했으므로 단체협약 상 휴가 보상금을 받아야 하는데도, 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고용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촉진을 했다"고 맞섰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차를 사용하라는 '촉진' 조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가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용청은 회사에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촉진 절차를 거쳤어도 단체협약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근로자를 대리한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단체협약 내용이 근로기준법 보다 유리하면 우선하는 효력을 가진다는게 노동관계법상 원칙이자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합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당연한 해석이라는 뜻입니다.

근로자에 유리한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확립된 법리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소 보호 규정이기 때문에, 이보다 유리한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는 말입니다. 이 회사 단체협약은 '촉진제도'에 대한 언급 없이 '연차휴가를 보상해주겠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촉진제도로 보상청구권의 소멸가능성을 두고 있는 근로기준법 보다 유리하므로 당연히 단체협약이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사가 이런 단체협약을 체결한 게 '촉진'을 포기하겠다는 의도였겠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노무사는 "유리한 단체협약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서는 법에 따라 촉진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도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내용을 약간 변경해서 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에도 촉진 규정을 배제하겠다는 의도였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법에서 엄연히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상 연차촉진제도를 무력화되는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용부 시정명령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용문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단체협약에 근로기준법 상 촉진규정까지 함께 넣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고용부 해석이 부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애초에 단체협약에 저런 내용을 넣지 않았던가, 넣을 거였다면 촉진 규정도 같이 넣었어야 된다는 의미입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단체협약에 굳이 연차휴가를 보상해주겠다는 규정을 넣으면서 심지어 통상임금의 1.25배를 보상하겠다고 정했다"며 "이는 연차촉진과 관계 없이 보상해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연차는 금전보상이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규정인데, 이렇게 돈으로 받아 가도록 장려하는 단체협약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근본적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