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허훈. 사진=나혼자산다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허훈. 사진=나혼자산다 캡처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유아인과 농구선수 허훈·허웅 형제의 옷으로 유명해진 건 다름 아닌 '주름옷'(플리츠)이다. 과거 5060 전유물로 통했던 주름옷은 최근 실용성과 편리함을 내세워 2030 젊은 층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소재의 독특함도 개성 표현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에게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사려 하면 찾기 어려운 게 주름옷이다. 그나마 있는 선택지도 이세이미야케, 스피치오 등 일본의 고가 브랜드 제품 정도다. 국내 최초의 주름옷 전문 브랜드 '플리츠미'는 이 점에 주목했다. '주름옷의 대중화'가 고은석 플리츠미 대표가 꿈꾸는 바다. 고 대표는 "남녀노소 불문 합리적 가격에 주름옷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허 개발로 가격 잡고 '주름옷' 대중화 앞장

고은석 플리츠미 대표. 사진=신현아 기자
고은석 플리츠미 대표. 사진=신현아 기자
플리츠미는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올해로 9년 차를 맞은 주름옷 전문 브랜드다. 한국 전통 주름옷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브랜드명은 주름을 의미하는 '플리츠'와 미(美)를 합쳐 지었다. 국내에서는 주름 디자인·특허 기술 개발 관련 자체 연구소까지 보유한 주름옷 분야 선두주자로 꼽힌다. 보유한 관련 특허와 디자인 기술만 총 18건이다.

주름옷은 일반 의류와 달리 주름 패턴과 가공 방식, 열처리 정도에 따라 제품의 우수성이 결정된다. 고도화된 제작 방식이 요구되는 만큼 비용도 배가 든다. 원단 역시 일반 의류에 비해 많게는 4배가까이 더 들어간다. 반면 고객층이 한정돼 있어 비용 대비 수익은 크지 않다. 패션업계가 그간 주름옷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원하는 수준의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고 대표는 달랐다. 연구개발(R&D)에 매진해 가격 낮추기에 성공했다. 그랬더니 합리적 가격의 편리한 주름옷에 소비자들이 반응했다. 2013년 법인 설립 후 매출이 고공 행진하며 연매출 1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순수익만 110억원을 거뒀다. 이달 해외 시장 진출과 내년 신규 브랜드 론칭에 힘입어 3년 내 매출 200억원 달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고 대표는 "주름옷은 '안 입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어본 사람은 없다'고 할 만큼 재구매율이 높은 편"이라며 "기존 고객은 유지하되 신규 고객이 늘어나는 구조라 매출이 성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주름옷은 보관이 용이하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아도 구김 걱정이 없다. 많은 양의 원단이 압축되다 보니 색감이 뚜렷하고 소재가 탄탄하다. 덕분에 실루엣은 유지되나 몸에 붙지 않아 체형 보완에도 강점이 있다. 신축성이 좋아 편리하기까지 하다.

"젊은층 유입 부쩍 늘어"…남성 관심도 증가"

배우 유아인이 일본  플리츠 브랜드 이세이미야케 후드집업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나혼자산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배우 유아인이 일본 플리츠 브랜드 이세이미야케 후드집업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나혼자산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플리츠미에도 위기였다. 그러나 온라인과 홈쇼핑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발빠르게 전환했던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플리츠미는 연 1~2회 진행하던 홈쇼핑 광고를 코로나19 이후인 작년부터 한 시즌당 5회로 늘렸다. 고 대표는 "홈쇼핑 매출만 5~6배 뛰었다"며 "홈쇼핑은 수수료가 백화점보다 적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다양화로 주 타깃층이던 50~60대를 넘어 젊은층 유입이 부쩍 늘었다. 플리츠미에 따르면 2030 고객 비중은 과거 20~30%에서 최근 2~3년새 절반 수준으로 증가했다.

연예계 패션 피플로 꼽히는 배정남, 유아인, 조세호와 최근 다양한 방송에 출연해 활약 중인 농구선수 허훈·허웅 형제 등의 영향으로 남성들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플리츠미가 젊은 고객을 위한 주름옷 브랜드 '라플리'와 남성 주름옷 전문 브랜드 '지플릿' 론칭을 준비해 왔던 이유다. 이들 브랜드는 내년 2월 공식 론칭이 예정됐다.

고 대표는 "과거 주름옷은 이른바 '몸빼바지' 등 5060이 많이 입는 옷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컸다"며 "그러나 최근 디자인이 다양화되고 자라 등 주요 의류 브랜드에서 조금씩 주름옷을 시도하고 있다. 종전보다 고객 연령층이 많이 파괴됐다"고 언급했다.

"플리츠 하면 일본 아닌 한국 떠올랐으면"

사진=플리츠미
사진=플리츠미
플리츠미는 이달 미국 자사몰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한다. 플리츠미의 해외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 12월 중국 대도시 충칭 소재 대형 백화점에 입점한 경험이 있다. 2019년엔 호주 홈쇼핑도 추진해 완판 기록을 썼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백화점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플리츠미는 주로 더운 지역 중심의 해외 시장 확대를 검토 중이다. 많은 원단이 쓰이는 주름옷은 두꺼워질수록 무거워진다는 한계를 갖기 때문. 주름옷이 내는 선명하고 쨍한 색감도 여름용 옷에 더 잘 어울린다. 김희정 플리츠미 대외영업 차장은 "미국 내에서도 서남부 지역부터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며 두바이 쪽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 확장 외 플리츠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 플리츠의 세계화다. 통상 '주름옷'이라 하면 일본 브랜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고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을 깨고 한국이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 생산 등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공장은 물론 R&D와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한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고 대표는 이같은 '월드 플리츠 센터' 구축을 꿈꾸고 있다.

"해외 홍보, SBA 지원 없으면 힘들어"

플리츠미는 서울시(서울산업진흥원, SBA) 인증 업체다. SBA는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해외 바이어 발굴, 박람회 참여 등 해외 홍보 및 정보 취득, 비용 측면에서 서울시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들로선 해외 시장 진출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서울시 지원 덕분에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