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 은행 대출창구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하나은행이 다음주부터 가계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을 중단한다. 전날 금융당국이 풀어주기로 한 전세대출과 집단자금대출, 서민금융상품 등 일부 상품만 제외하고 가계대출 문을 사실상 닫는 셈이다. 주요 은행이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농협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가계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담보(구입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비대면 대출은 19일 오후 6시부터 판매가 중단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구입, 주식투자 등 실물 자산으로 지나친 유동성이 흘러가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중단 시기는 올해 말까지로 계획했으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는 현황에 따라 판매 재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단 전세자금대출과 집단잔금대출, 부동산담보 생활안정자금대출, 오토론, 새희망홀씨·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 판매는 지속한다. 전날 금융당국은 "서민 실수요자의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4분기 중 취급되는 전세대출에 한해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청년과 서민층 등 실수요자 자금 지원은 지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풀어줬지만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계속

이번 조치는 실수요 대출이 막히는 부작용은 최소화하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6%대)' 규제는 유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이 5.2%로 규제 상한까지 대출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가계 주택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7.3%)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율이 높다.

전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연말까지 전세대출 증가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올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겠다는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6%대로 묶는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가 주로 이용하는 전세대출까지 막히면서 하반기 들어 '전세 난민' 우려가 커지자 전세대출은 한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했지만, 그 외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 중 추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총량 관리의 예외가 되면 다른 가계대출도 추가적인 여력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상 전세대출도 4분기 취급 물량만 제외되는데다 3분기까지의 가계대출 총량만으로도 규제 상한까지 아슬아슬하게 찬 은행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전세대출과 잔금대출만 제외하고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