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마드 제공
디노마드 제공
'덕업일치'. 어떤 분야에 전문가 이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덕후(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가 자신의 취미를 업으로 삼는 경우가 창업의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2013년 디자인에 푹빠져 '디노마드'를 창업한 이대우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1984년생 건축학도였던 이 대표는 디자인을 통해 무언가 새롭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단순히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공유하길 원해 온라인에 대학생 디자인 공유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커뮤니티 운영진들은 이를 '디노마드'라는 잡지로 출간했다.

대학생 커뮤니티가 스타트업으로

나이키 운동화를 좋아했던 조만호 무신사 대표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연 거래액 1조원의 '무신사'로 키운 것처럼 이 대표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디자인 교육 강의를 주요 사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전시 마케팅, 공연 기획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매출 역성장이 없다는 디노마드는 올해도 전년 대비 200% 이상의 매출액 증가율을 내다보고 있다. 160명의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조직'인 디노마드는 회사의 가장 큰 특징으로 "트랜스포머처럼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트렌드에 밝다"는 점을 꼽았다.

박효철 디노마드 실장은 "국내 여러 문화 콘텐츠 기획사가 있지만 공공사업, 기업행사, 교육, 전시, 공연, 온라인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디자인이라는 창의적인 영역에서 출발한 회사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오히려 전환점 됐죠"

2013년부터 일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디자인 과목인 포토샵, 일러스트, 프랑스자수, 피규어, 아트토이 등의 커리큘럼을 구성해 강사와 학생들을 '매칭'해주는 사업으로 지속 성장을 해왔던 디노마드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홍대입구 인근에 있는 카페들과 협업해 공간을 빌려왔던 디노마드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실행으로 수업 자체를 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디자인 강의들을 미리 온라인으로 전환시키는 데 늦은 것이 코로나19를 만나면서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러나 디노마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사업의 틀을 온라인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았다. 기존에 강점이 있었던 오프라인 문화 행사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메타버스' 같은 비대면 채널과 만나면서 그동안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시도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낼 수 있게 됐다. 박 실장은 "회사 이름의 '디노마드'의 앞자가 원래는 '디자인'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을 지향할 정도로 회사의 목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종합 문화기획사 되는 게 목표"

디노마드가 기획한 메타버스 속 행사 모습. 한경DB.
디노마드가 기획한 메타버스 속 행사 모습. 한경DB.
공공기관 온라인 사업수주 홈페이지인 '나라장터'에 등록된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왔던 디노마드는 점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동대문 DDP에서 처음 진행한 '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YCK, Young Creative Korea)' 전시는 디노마드의 대표적 브랜드가 됐다. 2018년까지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으로 꾸며지는 대규모 전시 행사로 이름을 알렸던 YCK는 이제는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옮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작가들의 작품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실장은 "YCK 온라인 사이트는 끼 있고 능력 있는 신진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소비자들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어떠한 유통채널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창의적 소품들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SBA 통해 공신력 얻었습니다"

디노마드는 서울시(서울산업진흥원, SBA)로부터 인증을 받은 업체다. SBA는 강소기업들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해 기업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동반성장이라는 비전을 만들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박 실장은 "SBA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이게 곧 회사의 공신력으로 이어지고 직원들이 더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되는 동력이 된다"며 "해외 소비자들도 서울시 인증마크를 통해 기업에 더 신뢰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