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국가 중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경제동반자협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UAE를 시작으로 중동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확대해 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두바이에서 타니 알 제유디 UAE 대외무역국무장관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에 합의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UAE는 인도, 인도네시아에 이어 양자 간 CEPA를 추진하는 세 번째 국가로 중동 국가 중에선 최초다.

CEPA는 시장 개방보다 경제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상품 및 서비스 교역·투자 등 실제 내용은 FTA와 큰 차이가 없는 무역협정이다. 관세 철폐 등을 통해 양국 간 교역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 본부장은 “UAE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핵심 우방”이라며 “원전 등 에너지 분야는 물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CEPA 추진으로 현재 수출 37억달러(약 4조4000억원), 수입 57억달러(약 6조8000억원) 수준인 양국 간 교역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바이오·항공우주 등 신산업과 수소·재생에너지 분야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 확대도 전망된다.

한국과 중동 간 FTA 협상은 2009년 이후 중단됐다. 과거 정부는 중동 6개 국가의 관세 동맹인 중동 걸프협력회의(GCC)와 FTA를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 개방을 두고 GCC 회원국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2009년 이후 협상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이후 양자 협상으로 전략을 바꿨고, 이번에 UAE가 처음으로 화답한 것이다. 한국과 UAE 양측 모두 경제 협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중동 국가와의 첫 FTA가 타결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UAE는 이경식 산업부 FTA교섭관과 주마 알 카이트 UAE 연방경제부 통상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해 세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UAE를 포함한 중동과의 경제 협력이 긴밀해지면 원유와 천연가스 등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 투자청,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자본시장 큰 손의 국내 투자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