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접수 나선 쿠팡이츠…'배달앱 싸움' 2R
“쿠팡이츠 슈퍼위크. 한 건만 배달해도 건당 최대 2만2000원.”

최근 배달기사(라이더)들에게 전송된 쿠팡이츠의 메시지다. 서울 강남권에서 대규모 프로모션 비용을 쏟아부으며 배달시장 점유율을 바짝 끌어올린 쿠팡이츠가 이번엔 강북권 ‘접수’에 나섰다. 통상 건당 4000~5000원 수준인 배달비를 최대 2만2000원까지 끌어올리며 라이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쿠팡이츠 공세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배달의민족(배민)과 2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는 요기요는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다음달 요기요 인수 작업을 마치는 GS컨소시엄도 ‘손 놓고 지켜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연말 배달시장 최대 대목까지 앞두고 있어 강북 배달시장을 둘러싼 ‘쩐의 전쟁’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쿠팡이츠 공세 재개…배달비 건당 2만원

강북 접수 나선 쿠팡이츠…'배달앱 싸움' 2R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서울 중구, 성동, 동대문, 광진 등 강북권 지역을 중심으로 ‘슈퍼위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쿠팡이츠는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건당 배달비를 5000원 수준에서 최대 2만20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강남에서 건당 최대 3만원의 배달비를 뿌리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방식을 강북권 등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이츠가 배달비를 이처럼 크게 인상하면 인력이 크게 부족한 라이더 시장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쿠팡의 프로모션을 통해 하루 40만~50만원의 배달 수익을 인증하는 라이더가 속출하고 있다.

쿠팡이츠로 라이더 수급이 쏠리면 배민이나 요기요는 배달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고, 음식점주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쿠팡이츠로 인기 음식점과 소비자 주문을 흡수하겠다는 게 쿠팡의 전략이다. 쿠팡이츠는 기존 오전 9시~새벽 2시였던 주문 가능 시간대를 오전 6시~새벽 2시로 늘린다. 아침식사 주문까지 흡수하겠다는 계산이다.

배민과 요기요는 맞불을 놓기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왜 갑자기 강북권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지 파악하고 있다”며 “강남권에서 펼쳐졌던 공세가 재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3자 구도의 배달앱, 출혈경쟁 2라운드

다음달 2일 요기요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배달플랫폼 시장의 3자 구도가 굳어질 전망이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당초 배민(우아한형제들) 인수를 통해 국내 시장 장악을 노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다. 그 틈새를 쿠팡이츠가 물량공세를 앞세워 파고들면서 배달앱 시장은 치열한 점유율 싸움터가 됐다.

코로나19로 ‘홈파티’ 모임이 늘어나면서 배달플랫폼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말 시즌에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질주에 긴장하고 있는 1·2위 사업자들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요기요는 GS컨소시엄 인수가 확정된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GS리테일을 비롯한 주주들과 전략을 마련 중이다. 배민 또한 연말 대목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3사가 약 1000억원 안팎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2019년을 능가하는 경쟁이 재현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적자의 늪에 빠져 있는 배달플랫폼들이 수익성을 마련하기도 전에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배달특급이 누적 거래액 6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지자체 공공배달앱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