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경영난을 해결할 해법 중 하나로 정부의 경로우대 기준 상향이 거론된다. 만 65세부터인 무임승차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리면 공사의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부 논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어 수년 내 제도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 중 하나로 경로우대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로우대 제도 개선 TF’도 구성해 철도 및 지하철, 문화재 등 특정 시설 이용에 따른 할인 요금 적용 연령과 할인율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당시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경로우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 내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3기 인구정책 TF’가 새로 구성됐지만 TF 의제에서 경로우대 연령 상향은 빠져 있다. 내년 대선을 의식해 해당 논의를 일부러 유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경로우대 연령 상향은 만 65~70세 유권자들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큰 선거를 앞두고 한푼이라도 더 퍼줘야 할 상황에서 복지 혜택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종 고령층 통계 기준을 만 65세 이상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상향하고, 고령층을 ‘65~69세’와 ‘70세 이상’으로 세분화해 취업자 수와 고용률을 계산한다는 계획에도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로우대 연령 상향이 늦어질수록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져야 할 부담은 커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인구의 16.9%인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40년 32.8%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대표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해 2015년 정기이사회에서 “만 65세인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당시 대한노인회는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데 지하철 무임승차 같은 노인복지는 65세 이상에 맞춰져 젊은 세대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 상향 조정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대한노인회에 노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노인 및 경로우대 연령 상향과 관련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