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전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오후 전남 신안군에서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오후 전남 신안군에서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국은 현재 탈탄소 경제 전환을 위해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선언했다. 두 달 후인 12월에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을 발표하고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12월 30일 유엔에 장기저탄소전략(LEDS)을 제출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으며, 8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또 지난 9월에는 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통과시켜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요국 간 저탄소 경제 선점을 위한 경쟁이 이뤄진 점을 고려해도 매우 급격한 정책 변화다.

이렇듯 한국이 탄소저감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미국과 EU 등 주요국과의 레이스에서 뒤처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산업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로 인해 작년 이전까지는 탄소저감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다.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G20 회원국 기준으로 사우디, 호주, 캐나다, 미국 등 자원 부국에 이어 5위 수준이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비슷한 경제 구조인 일본과 독일보다 각각 39.6%, 49.4% 많다.

늘어나는 정부 환경 예산…핵심 분야 ‘주목’


늘어나는 정부 환경 예산…핵심 분야 ‘주목’


탄소중립 기본법, 새 가이드라인으로

지난 8월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또한 탄소중립 기본법은 기존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대체, 한국의 새로운 녹색성장 가이드라인으로 부상했다.

법안은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하한선을 2018년 배출량의 35%로 규정하며, 5년마다 감축 목표와 전략을 새로이 제시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매년 이행 점검 등의 법정 절차를 마련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030년 NDC 목표치를 2017년 배출량의 24.4%로 처음 설정했다. 이번에 탄소중립 기본법이 설정한 목표치는 기존 목표와 47%가량 차이 나는 수준이다. 이러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녹색 전환이 가속화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탄소저감(수소환원제철 등) 및 흡수(대규모 CCS 시설 등)를 위해 필요한 기술의 상당 부분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지 않은 목표 설정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 너무 급격한 변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전통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개인이 저탄소 산업으로 업종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 제도적, 인프라적 부족을 인식한 정부는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는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추진위는 정부와 산업 간 의견을 조율하고, 탄소중립 전략을 논의, 이행 점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추진위 내의 협의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늘어나는 정부 환경 예산…핵심 분야 ‘주목’


2022년 환경 예산 11조원 배정

정부는 지난 9월 26일 산업 부문 탄소중립 R&D 기획총괄위를 개최하고, 총 6조7000억원 규모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위한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예타 기획(안)을 마련했다. 예타는 13개 업종으로 제조업 전반을 포괄하며 철강·석유화학·시멘트·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탄소중립 중점 분야로 선정해 가장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이 밖에 섬유·비철금속·제지·유리 등 일반 업종과 자원 순환 분야에도 탄소저감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을 배정한다.

이번 예타에 선정된 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우선적인 R&D 예산 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특히 탄소중립 중점 분야 4개 산업에 대해서는 각각 9000억~1조90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편성되어 추후 정책 지원 수혜 기업들이 다수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산업계의 탄소저감 계획을 지원하고 저탄소 경제를 위한 인프라 건설을 위해 2022년 환경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 편성했다. 또 2021~2025 국가재정계획에서 향후 5년간 환경 분야 예산 증가율을 연평균 8.2%로 책정했다. 이는 전체 예산 증가율(5.5%)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준일 뿐 아니라 13개 세부 분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의 그린뉴딜 소개 항목에서 탄소중립 경제 실현을 위한 11조9000억원의 예산을 명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2.4% 증가한 것이다. 계획안은 ‘경제구조 저탄소화(8조3 000억원)’, ‘저탄소 생태계(8000억원)’, ‘공정한 전환(5000억원)’, ‘제도적 기반(2조3000억원)’이라는 총 4개 영역으로 편성되어 있다. 또한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탄소중립 기본법에 근거해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 대응 기금을 신설했다.

계획안의 4개 영역 중 가장 주목할 것은 ‘경제구조 저탄소화’다. 탈탄소 경제 실현을 위해 에너지·산업구조·모빌리티·국토 등 4개 부문의 목표치와 투입 예산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에너지의 경우 ‘재생에너지 3020’ 이행을 목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발전 금융 지원(7000억원), 그린 수소 생산단지 보급(3000억원) 등에 1조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 산업구조는 탄소저감 기술 개발(190억원), 온실가스 저감 설비 지원(879억원) 등의 정책이 있다. 모빌리티 분야는 2022년까지 전기차 44만6000대, 전기차 충전기 13만7000개 보급을 위한 지원 정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3020이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정책이다.

하반기에 도입할 예정인 환경 정책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10월경 RE100 이행 지원을 위한 직접 PPA(전력 구매 계약)를 도입한다. 4분기 중에는 한국판 녹색분류 체계(K-Taxonomy)도 나온다. 비슷한 시기 ‘수소경제이행 기본계획(수소 경제 로드맵 2.0)’, ‘배출권거래제 기술혁신·이행 로드맵’도 나온다. 지난해 12월에 수립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10대 추진 과제 중 하나인 ‘순환경제 활성화법’도 제시된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