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만난 고용보험법 개정안 …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물건너가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거의 매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아가는, 이른바 '메뚜기 실직자' 방지법안이 난기류에 봉착했습니다. 실업급여 보장 수준이 최저임금과 거의 같다보니 고의적인 실업이 적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법안입니다. 하지만 건설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고용보험 취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점점 키우고 있습니다. 정부도 야심차게 빼든 칼이지만, 저항 움직임이 커지자 칼날을 너무 벼린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대책은 이렇습니다. 우선 5년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수급하면 세번째 수급부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급횟수별로 최대 50%까지 실업급여 지급액을 감액합니다. 또 실직 신고일로부터 실업급여 지급일까지의 대기기간을 현행 1주에서 최대 4주로 늘어납니다. 실업급여를 목적으로 한 고의 실직으로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같은 이유로 △적극적 재취업 노력이 있는 경우 △임금이 현저히 낮은 경우 △입·이직이 빈번한 일용근로자로서 수급한 경우 등은 수급 횟수 산정 시 제외한다는 규정도 뒀습니다.

고용부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지난 7월23일,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은 9월1일까지였습니다. 의견수렴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고용부에는 의견서가 빗발쳤다는 후문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건설노조는 "불안정 노동에 내몰린 이들에게 최소한의 사회보장이 되는 실업급여를 제한해 비정규직과 청년들을 옥죄선 안된다"며 반복수급 제한 대책의 중단을 요구했고,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 등도 법 개정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5년동안 세번이나 직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고통을 전혀 생각지 않은 대책"이라는 취지의 주장이었습니다.

앞서 정치권에서도 압박이 있었습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정부가 3회 이상 실업에 처해 정당한 실업급여를 수급한 국민을 도덕적해이에 빠진 사람들, 또는 잠재적 부정수급자로 보고 있다"며 "부정수급자는 적발해서 처벌하면 되는 것이지 실업으로 고통받는 국민 전체를 도덕적해이로 보는 시각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강 의원은 또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인용해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은 "최근 5년간 3회 이상 반복수급자 1위 직종은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직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었다"며 "정부가 반복수급자를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면서 고용보험 적자해소 대책으로 실업급여 삭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동계의 공세에 정부는 움찔하는 모양새입니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지난 1일 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 등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실업급여가 꼭 필요한 분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질 수 있도록 하고, 실업급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상을 막아보자는 취지"라면서도 "혹시라도 특정 분야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과정에서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대책은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인상, 일반회계 전입 확대 등 고용보험금고를 채워줄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허들'이었습니다. 이제는 고용보험료율 인상을 공식화했고, 국회로 기금 건전화 방안을 넘긴 상황에서 어렵게 마련된 실업급여 반복수급 제한 장치가 어떤 모습으로 정리될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