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공장 전경. 뉴스1.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공장 전경. 뉴스1.

삼성전자(70,100 +1.01%)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더니 6만원대까지 떨어질 위기를 겨우 넘겼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투자 계획 발표와 가격 인상 등 호재가 잇따르지만 삼성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시스템반도체, 호재 만발인데…
삼성전자는 올 4분기부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칩 공급 가격을 15~20%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가 칩 공급 가격을 공정과 제품에 따라 10~20%가량 올린 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에 이미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파운드리가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계획을 6개월 전에 알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 인상분 제품은 내년 1분기부터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칩 공급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시스템반도체 사업부에서 분리된 이후 처음이다.

수익성 확보 차원이다. 최근 정보기기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산 제조사 우위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경쟁 파운드리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리고 있다. TSMC뿐 아니라 글로벌파운드리, UMC도 최근 공급가를 15~2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TSMC를 추격할 입장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그동안 가격경쟁력을 앞세웠지만 TSMC의 가격 인상 영향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길이 열린 셈이다.

파운드리 가격이 인상돼 수익성이 늘어나면 투자 확대 여지도 커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향후 3년간 총 24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시스템반도체는 기존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조기 집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사업부 대비 파운드리 사업의 투자 집행이 조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2019년 삼성전자는 향후 10년 간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여기에 38조원을 더해 총 투자 규모를 171조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171조원을 10년으로 나누면 연평균 17조원이고, 이번에 발표한 3개년 계획에 대입하면 향후 3년 간 시스템반도체에는 51조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이 기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금액 112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투자 계획도 파운드리 수익성이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주가는 왜 이럴까?
그러나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3일 오전 10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66% 오른 7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1월 장중 최고가(9만6800원)와 비교하면 20% 넘게 떨어진 것이다. 종가(9만1000원) 대비로도 15.9% 내렸다. 지난달 20일에는 연중 최저점인 7만2500원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둔화 가능성을 꼽는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평균 3.88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월 평균 3.875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올해 최고점이던 3월 말(5.3달러) 대비로는 36% 급락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올 4분기 PC용 D램(8Gb기준) 고정거래 가격은 3분기보다 최대 5%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야외 활동이 증가하고, PC 관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객사들의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D램 현물가격은 기업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고정거래가격과 다르지만 일정 시차를 두고 선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PC와 서버 업체가 보유한 D램 재고가 평상시 수준 이상"이라며 "D램 가격이 3분기에 고점을 형성한 후 4분기부터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3분기에 서버 D램 투자가 늘겠지만 과거 슈퍼사이클 때보다 가격 상승 강도는 세지 않다"며 "특히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학습효과로 과거처럼 가격 불문하고 물량 확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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