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높이고,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강화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기업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비즈니스 모델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축 목표 못 맞추면 '기후 악당' 낙인"

이제 온실가스만 따진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법사위를 통과한 탄소중립기본법엔 기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해 시행되던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손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량도 기준치 이상인 업체만 목표관리 업체로 지정됐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되면 에너지 소비량과 무관하게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만으로 관리 업체를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정부 관리를 받게 될 업체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7월 기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대상 기업은 350개다.

관리 업체로 지정되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미루기 힘들어진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기업이 제출한 온실가스·에너지 명세서만 공개했을 뿐 해당 기업이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앞으론 관리 업체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목표달성 여부 등 기업이 환경과 관련한 ‘숙제’를 제대로 해결했는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공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관리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업과 협의해 정한다고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갑자기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닥치면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늘어 ‘기후 악당’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사업 환경평가도 까다로워져

탄소중립기본법안을 통해 2030년 NDC를 ‘35% 이상’으로 설정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경제단체들은 국내 기업이 2030년까지 2억4000만t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의 산업 생태계가 감당하기 힘든 ‘환경 가속’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기준을 맞추려면 탄소 배출이 적은 설비를 새로 들이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철강업체 중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5% 줄일 수 있는 업체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건설회사 등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 시행자들도 탄소중립기본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책사업 환경영향 평가에 기후 변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 변화 요인이 다른 환경영향 평가 사항에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가 기후 변화 이슈까지 챙겨야 한다는 의미”라며 “안 그래도 통과가 어려운 환경영향평가가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사업은 예산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신설되는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도의 영향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제대로 달성했는지를 평가해 다음 사업의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