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다르 홈페이지 캡처]
[사진=안다르 홈페이지 캡처]
일상과 운동 공간에서 레깅스를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는 사람은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지적과 "편하게 입는 반바지와 마찬가지일 뿐"이란 반박이 맞서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입고 벗는 게 힘든 기존 긴 레깅스 대신 반바지 레깅스를 입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스포츠웨어 및 애슬레저(운동복 겸 일상복) 브랜드는 최근 길이와 핏을 다양화한 레깅스가 선보이고 있다. 여름이 되며 인기를 끈 반바지 레깅스는 발목까지 오는 긴 레깅스와 달리 무릎 위나 허벅지 중간까지만 온다.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고 운동할 때 무릎이 굽혀지는 부분을 압박하지 않으며 땀에 젖어도 쉽게 벗을 수 있다.

하지만 반바지 레깅스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그렇잖아도 레깅스를 입은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데 짧기까지 해 거부감이 든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종우 씨(34)는 "등산 갔다가 반바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을 앞질러가려 했더니 여성이 뒤돌아보며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라"며 황당해 했다. 그는 "레깅스를 주의 깊게 본 것도 아닌데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눈빛이라 당황했다. 남들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애초에 저런 옷을 안 입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젝시믹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젝시믹스 홈페이지 캡처]
반바지 레깅스를 즐겨 입는 소비자들도 억울해하는 반응이 나온다.

심진아 씨(27·여·가명)는 "운동을 가려고 반바지 레깅스를 입고 버스를 탔더니 70대 정도로 추정되는 노인 분이 '무슨 그런 옷을 입고 대중교통을 타냐'고 면박을 주더라"며 불쾌해 했다. 이어 "여름인 데다 땀이 많이 나도 벗기가 편해 반바지 레깅스를 입은 것뿐"이라며 "운동복일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했다가 법정에 간 사례도 있다. 2018년 A씨는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약 8초간 몰래 촬영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 노출 부위가 적었고 일상복과 다름없는'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촬영 대상을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라졌다. 신체가 노출되진 않았으나 의상이 몸에 밀착돼 굴곡이 드러난 신체 부위를 공개장소에서 몰래 촬영했으므로 성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판결 내용을 두고도 사람들 반응은 엇갈렸다. 김자인 씨(30·여)는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이 옷을 일상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막상 누군가 쳐다보면 굴곡이 드러나는 옷이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이 느껴진다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밖에서는 안 입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조거핏 레깅스. [사진=안다르 홈페이지 캡처]
조거핏 레깅스. [사진=안다르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그건 개인의 자유일 뿐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선우 씨(28·여)는 "굴곡이 드러나고 안 드러나고를 떠나서 애초에 빤히 쳐다보거나 몰래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행동"이라며 "레깅스를 입는 건 개인의 자유다. 편하려고 입는 거지, 누군가 쳐다봐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입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는 이같은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레깅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안다르는 올가을 주력 제품으로 '에어스트 스트링 조거팬츠'와 '에어소프트 조거핏 레깅스'를 선보였다. 젝시믹스에서도 '미디움페더 조거팬츠' 등이 인기 품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조거팬츠'는 조깅을 하는 사람인 조거(Jogger)와 바지(Pants)의 합성어로, 허리와 발목에 밴드가 있는 대신 핏은 몸에 딱 달라붙지 않고 넉넉한 특징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레깅스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능은 '탁월한 신축성'이다"라며 "레깅스만큼 신축성이 좋으면서 와이(Y)존을 커버하는 등 몸의 굴곡은 덜 드러내는 조거핏·슬랙스핏 레깅스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