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의 실적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이 화물사업 덕에 호실적을 기록한 데 반해 여객운송에 의존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화물운임이 오를수록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개별 기준으로 9335억원의 매출과 94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17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보다 매출은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5% 줄었다. 영업이익은 유가 상승 영향으로 작년보다 줄었지만 1분기 적자에서 2분기엔 흑자로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앞서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화물운송 사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화물사업 부문 매출이 7082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사업 매출 역시 1조5108억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아시아나항공은 화물운송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지난해부터 A350기 4대를 화물기로 개조해 대당 왕복 46t의 수송 능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밸리 카고’ 영업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전자기기 부품, 전자상거래 수출품 등 전통적인 수출 품목 외에 진단기기 및 마스크 등 의료용품, 체리 등 신선식품도 실어날랐다. 회사 관계자는 “화물 매출 극대화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여행 수요 재개에 대한 준비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와 달리 화물 전용기가 없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진에어는 개별 기준으로 634억원의 매출과 4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는 손실 규모가 1089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지만 국제선 수요가 살아날 조짐이 없어 당분간 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도 2분기 7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선 항공운임 오름세가 지속될수록 항공업계의 실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홍콩~북미 노선의 항공화물운임(TAC항공운임지수 기준)은 ㎏당 7.9달러로,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1월(3.14달러)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