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서 '도시 채굴' 안 하면 오일 쇼크급 충격 올 수도"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재활용하지 않으면 ‘오일 쇼크’급 충격이 올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의 팀 존스턴 회장(사진)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망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1973년 오일 쇼크 당시 원유 가격이 1년 만에 네 배 가까이 오르며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처럼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값 급등이 비슷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도시 채굴’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존스턴 회장은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은 광산을 개발하고 채굴하는 데 5년 이상 걸려 석유보다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 소유주의 주차장은 배터리 원자재가 숨어 있는 ‘미개발 도시 광산’으로 통한다. 리사이클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와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맺었다. 폐배터리에서 원자재를 95% 이상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은 콩고민주공화국, 호주, 칠레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채굴할 수 있다. 채굴 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하고, 코발트 주요 생산국인 콩고에서는 아동노동 착취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시 채굴은 효율성 면에서도 앞선다는 게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터리 재활용 회사 레드우드머티리얼스의 제프리 브라이언 스트라우벨 최고경영자(CEO)는 “광산에는 고농도의 원자재를 캐내기가 어렵다”며 “제조와 검증 과정을 거쳐 배터리 제작에 활용된 원자재를 다시 쓰는 게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존스턴 회장도 “전체 광산 채굴량 중 최고급 리튬 함유량은 2.0~2.5%가량에 불과하지만, 도시 채굴을 통해서는 이보다 4~5배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배터리를 분해해 원자재를 추출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제조사별로 제품을 분해하는 데 많게는 몇 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아직 폐배터리 시장이 크지 않아 소규모 업체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가량 이용한 뒤 재활용되는데, 폐배터리가 쌓일 때까지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개발할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